"차기 총리설까지"…윤석열 찍어낸 추미애의 '손익계산서' [정치TMI]

입력 2020-12-19 08:30
수정 2020-12-19 08:47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마무리한 후 사의를 표명했다. 장관직을 수행한 지 11개월여 만이다.

추미애 장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른바 추-윤 갈등 사태로 인지도가 크게 상승하고 여권 내 정치적 입지도 단단해졌다는 평가다. 반면 중도층에서는 비호감도가 크게 높아졌다.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추-윤 갈등 사태에서 '정치인' 추미애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보수 야권에서는 윤석열 찍어내기를 완수한 추 장관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이 완수되면 떠나겠다고 했던 추미애 장관이다. 그 '검찰개혁'은 '윤석열 찍어내기'였다"며 "초유의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대가는 국무총리? 첫 공수처장? 서울시장 후보?"라고 적었다.

지난달엔 추미애 장관이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차기 총리 임명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법무부는 해당 보도에 대해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추미애 장관이 이번 사태로 상당히 손해를 봤다"면서도 "(정권이 추 장관에게) 대가를 제공할 거라 본다. 아무런 대가가 없다면 추 장관 성격에 가만히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윤석열 찍어내기를 완수하면서) 추미애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 강력한 채권을 갖게 된 것이다. 총리 자리를 추 장관에게 주는 것이 정권에게는 부담이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추미애 장관이 정치적 손해가 예상됨에도 장관직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서는 "추미애 장관은 당초 윤석열 총장을 쉽게 찍어낼 수 있다고 본 것 같다"며 "5선 의원이었는데 지역구에서 또 공천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대권 등 더 큰 꿈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예리하게 칼을 휘둘러 윤석열 총장을 제거해야 했는데 막무가내로 칼을 휘둘러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이라고 평했다.

황태순 평론가는 "추미애 장관은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명령을 수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차도살인(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 즉 남을 이용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한 것"이라며 "총리가 아니라면 서울시장 경선 등에서 친문 진영이 추 장관을 밀어주는 방식 등으로 대가를 제공할 수도 있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추미애 장관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추미애 장관이 이번 사태로 손해를 봤다고 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신율 교수는 "만약 추미애 장관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간다면 충분히 당선 가능하다고 본다. 추 장관은 최근 당내 열혈 지지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보궐선거는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다. 투표율이 낮으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투표장에 가는 열혈 지지층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보궐선거가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난해 창원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50%를 넘기도 했다"며 "어디까지나 가정에 따른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장관이 차기 총리에 기용될 가능성에 대해선 "정권으로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문재인 정권 입장에서는 추미애식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민이 (추미애 총리 임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문제는 최우선 고려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수 야권 반발을 감수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기용하기도 했다.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되면 야당이나 여론 눈치를 보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인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추미애 장관이 잃은 것이 더 많다"고 전제했지만 "얻은 수확도 크다"고 짚었다.

최진 원장은 "추 장관이 이번 사태로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했을 때보다 당내 입지는 더 탄탄해졌다"며 "이번 사태가 아니었다면 추미애 장관이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추미애 장관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등에 이어 여권 내 대권주자 3위 자리를 굳혔다.

최진 원장은 "여권 내부에서 추미애 장관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추 장관이 법무장관까지 지냈기 때문에 갈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다. 그나마 가능한 게 차기 총리, 서울시장 등인데 추 장관에게 어떤 식으로 보상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추 장관 본인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추 장관이 절대적으로 손해를 봤다. 정치적으로 재기가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성철 소장은 "추-윤 갈등 사태 속에서 당청 지지율이 모두 하락했다. 추미애 장관 행동이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게 수치로 증명된 것"이라며 "민주당 내 강력 지지층의 지지를 얻었지만 외연 확장은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정치인으로서 생명은 사실상 끝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차기 총리설이나 서울시장 출마설 등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미애 장관에 대해 칭찬을 쏟아냈지만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본다"면서 "추미애 장관을 차기 총리로 임명하면 당청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할 것이다. 서울시장도 추미애 장관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추미애 장관이 이른바 '토사구팽' 당한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선 "윤석열 총장을 쫓아내라는 임무를 줬을 것"이라면서도 "문재인 대통령도 추 장관이 이렇게 허술하게 일을 처리할지는 몰랐을 것"이라고 봤다.

장성철 소장은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과의 감정싸움에 몰두하다 스스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 사람들이 추 장관만 나오면 TV 채널을 돌려버릴 정도가 됐다"며 "추미애 장관이 정치적으로 재기하는 것은 어렵다. 여권으로부터도 민심으로부터도 버림받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