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3차 대유행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병상 부족 등의 문제로 당장 숨쉬기 힘든 위중한 환자가 입원조차 못 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의료체계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얘기다.
당장 뚜렷한 해법이 없다. 정부는 앞선 13일 일반 병상 2260개와 중환자 병상 287개를 확충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를 확보하는 데에는 약 3주가 소요될 예정이다.
의료계는 "정부가 내놓은 계획은 확진자 발생 추이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 이 기간 동안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지금은 계획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병실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새 '병원 밖' 코로나 환자 4명 사망…"제때 병상 배정 안돼"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두드러진 수도권에서 제때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확진자가 치료 받지 못하고 병원 밖에서 숨지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다.
1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 요양병원에서 12일 확진된 80대 환자가 16일 사망했다. 이 환자는 나흘 동안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대기 중인 상태였다. 이 요양병원에서 70대 남성 2명도 각각 13일, 14일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코호트 격리 중인 상태에서 건강이 악화돼 사망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병상 대기 중 사망한 80대 남성 환자의 경우 보건소 측이 병상 배정을 계속 요청했는데 자리가 나지 않았고, 그 와중에 상태가 악화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부천시 보건소 관계자는 "사망자가 발생한 해당 요양병원 확진자들은 병원 의사 2명이 코호트 상태에서 살피고는 있지만, 연세가 많고 하루가 다르게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요양병원 측에서 넘겨주는 병상 배정 우선순위 명단을 받아 경기도에 요청하고 있지만 최근 확진자가 늘며 제때 병상이 배정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병원 대기자가 251명에 달하고, 이들 대부분은 중증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확진자 30명을 충남지역 일반 격리 병상으로 보내 치료를 받도록 했다.
서울에서도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60대가 15일 숨졌다. 이 환자는 확진 판정 이후 나흘간이나 동대문구 자택에서 대기했으나, 결국 이렇다 할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서울시는 병상 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서울, 경기, 인천이 공동으로 환자 분류 및 병상 배정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달 초부터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행정·의료 시스템이 과부화돼 현장 대응반이 병상을 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국 중환자 병상 '비상'…중환자 병상 확보 속도 '역부족'지방도 중증환자 치료 병상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충남도는 최근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확보한 중증환자 병상 8개가 모두 소진된 상황이다. 병상을 확보 못 한 중증환자 5명은 병상 여유가 있는 타 시도로 옮겨 치료받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당장 입원할 수 있는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전국 568개 가운데 45개뿐이다. 전체 병상 수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수도권의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서울 1개, 경기 2개, 인천 1개 등 4개뿐이다. 급증하는 환자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충북, 충남, 전북 등 3개 광역 시·도도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 전담 치료 병상이 남아있지 않다. 일반 중환자 병상까지 모두 소진된 상태다.
중환자는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때문에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가 중환자 병상 확보가 꼽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앞서 정부가 내놓은 중환자 병상 확보 계획 가운데 이번주(20일)까지 확보될 중환자 병상이 70개 정도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음 주에 130병상, 이달 마지막 주에 87병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병상 확보 속도로는 위중증 환자 증가 속도를 버텨내기 쉽지 않다. 지난 한 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만 6732명에 이른다. 통상 5~10일 시차를 두고 확진자의 3%가 위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통계에 따르면, 이번주에만 약 200명 내외 위중증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 "길거리서 사망 이제 남 얘기 아냐…계획으로는 늦어"의료계 전문가들은 당장 이번주부터 인명피해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 발생 속도를 감안하면 70개 병상으로는 이번 주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중환자의 경우 일반 환자보다 입원기간이 훨씬 길다"면서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는 기간에 사망하는 사례, 대구·경북 사태처럼 지역 이동 중 사망하는 사례들이 줄줄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하루에 중증환자가 20여명씩 나오는데 70개로 어떻게 이번주를 감당한다는 것이냐"면서 "(병상을 확보하는) 3주 기간 중환자 병상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전체 사망자는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의료 환경 자체가 붕괴되는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중환자 병상 확보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교수는 "중환자 병상은 절대 하루 이틀 만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당장의 확보 방법은 민간병원 병상 확보밖에 없다.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통해 민간병원 병상을 확보했어야 했다"고 했다. 김우주 교수도 "당장 음압 시설을 확보해 격리 병상 수준은 아니더라도 산소라도 투입할 수 있는 시설을 임시로 만드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환자들에게 산소 투입은 사망률을 낮추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당장은 3주간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병원들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고, 국립중앙의료원(NMC)이나 거점형으로 중환자실 또는 중준환자실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큰 문제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중증 환자 증가 속도가 병상 확보 속도보다 앞설 경우에 대해서는 "수도권에서 관련 현상이 발생할 시 비수도권에도 협조를 구하고 자원을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사실 비수도권도 중환자 병상이 넉넉하진 않다"면서 "지자체 협의를 하기 위해 NMC에 지원 상황실이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NMC 상황실에서 협의를 통해 이송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망률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병상 확보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려 하고 있다. 사망자 발생이 높아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