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치러진 수능국어 13번 문항은 난도 자체가 그리 높은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우리말 용언의 활용법을 전반적으로 꿰고 있지 않으면 답을 찾기 힘든 문제였다. 그만큼 까다로운 활용 예들이 제시됐다. 교착어인 우리말은 어미 활용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잘 구사해야 매끄러운 문장이 나온다. ‘빻다’는 규칙동사…활용 시 어간형태 유지해보기의 예시문 ‘ⓒ갈은(→간) 마늘’은 ‘ㄹ’탈락 용언의 활용 오류를 바로잡은 것이다. 글쓰기에서 흔히 저지르는 오류다. 기본형 ‘갈다’가 ‘갈고, 갈면, 갈지’ 식으로 활용하다가 유독 어미 ‘-네, -세, -오, -ㅂ니다, -ㄹ수록/-ㄹ뿐더러’ 앞에서 ‘ㄹ’ 받침이 탈락한다(한글맞춤법 제18항). 이걸 따로 외울 필요는 없고 그냥 말로 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다만, 관형어미 ‘-ㄴ’이 올 때는 조심해야 한다. ‘갈은→간’을 비롯해 ‘녹슬은→녹슨/거치른→거친/피로에 절은→전/하늘을 날으는→나는/찌들은 삶→찌든/시들은 꽃잎→시든/검게 그을은→그은/떡을 썰은 뒤→썬’으로 활용한다. 무심코 화살표 앞처럼 적기 쉽지만 뒷말이 바른 표기다. 답지의 ‘③살-+-니 → 사니’ 역시 기본형 ‘살다’가 ‘사니’로 활용한 사례이므로 같은 유형이다.
‘ㄹ’탈락 현상은 어간 끝 받침이 ‘ㄹ’인 용언은 예외없이 모두 적용된다. 그래서 이를 ‘불규칙’ 현상과 구별해 ‘탈락’이라고 부른다. 한글맞춤법상 용언의 활용에서 탈락 현상으로 분류되는 것은 이 외에 지난 호에서 살핀 ‘으’탈락이 더 있다. 이들은 일정한 환경하에서는 예외없이 각각 어간의 ‘으’나 받침 ‘ㄹ’이 탈락하기 때문에 불규칙이라 하지 않고 ‘탈락’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ㅎ’불규칙과 ‘ㅅ’불규칙을 비롯해 ‘ㄷ’불규칙, ‘ㅂ’불규칙, ‘르’불규칙, ‘러’불규칙 등은 어간이나 어미가 바뀌는 경우와 바뀌지 않는 경우가 섞여 있어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좋다’ 외 ‘ㅎ’받침 형용사는 모두 불규칙 활용예시문 ‘ⓓ하앴던(→하?던)’과 ‘ⓔ젓어(→저어)’의 활용꼴을 통해 이 차이를 살펴보자. ‘하얗다’는 ‘하얗고, 하얗지, 하얗게’ 식으로 활용하다가 ‘하얀, 하야네, 하야면, 하얘지다’ 식으로 바뀐다. 어간의 ‘ㅎ’이 불규칙하게 탈락한다. 어간 끝 받침이 ‘ㅎ’으로 끝나는 대부분의 용언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예외 없이’는 아니다. 형용사 중에는 ‘좋다’가 규칙활용을 한다. 이 말은 ‘ㅎ’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동사 ‘빻다, 찧다, 낳다, 닿다, 넣다, 놓다’ 따위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들은 규칙적으로 활용하는 동사다. 그러니 “곱게 빤 밀가루”라고 하면 틀린 말이 된다. ‘빻다’는 규칙동사이므로 활용 시 어간에 변화가 없다. ‘빻은’이라고 해야 한다.
‘하얗+아+지다→하얘지다’ ‘허옇+어+지다→허예지다’도 자주 틀리는 활용꼴이다. 모음조화에 따라 어간에 양성모음 또는 음성모음 어미가 결합하면서 줄어질 때 형태가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답지의 ‘④동그랗-+-아 → 동그래’도 ‘ㅎ’불규칙 활용 예이므로 같은 유형이다.
‘ㅅ’불규칙은 어간의 받침 ‘ㅅ’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불규칙하게 탈락하는 것을 말한다. 예시문과 답지의 ‘ⓔ젓어(→저어)’, ‘⑤긋-+-은 → 그은’은 모두 같은 활용 사례임이 드러난다. 이들을 비롯해 ‘낫다, 붓다, 잇다, 짓다’ 등이 ‘ㅅ’불규칙 용언이다. 하지만 같은 ‘ㅅ’받침이지만 ‘벗다, 빗다, 빼앗다, 솟다, 씻다, 웃다’ 같은 말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들은 규칙적인 활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