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계속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중고차 대출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11월 말 기준 중고차 대출 건수는 28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4만5000건) 대비 14.7% 늘어난 규모다.
중고차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3조2500억원에서 2조5770억원으로 26% 줄었다. 중고차 거래가 늘면서 대출 건수는 늘었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중고차 대출한도를 시세의 110% 이내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중고차 금융은 캐피털사가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캐피털사가 중고차 매매업자를 거쳐 소비자에게 대출이나 리스 대금을 내주는 구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딜러는 캐피털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데, 딜러와의 관계가 중고차 금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평균 연 15~18%의 높은 캐피털사 금리는 부담이다. 은행 중고차 대출로 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이유다. 실제 4대 은행의 중고차 대출 최저 금리는 연 3.17%부터 시작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중고차 대출은 캐피탈 할부금융과 비교해 낮은 금리로 제공된다"며 "근저당 설정비, 연대보증 등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은행들은 기존 상품을 개선하고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내에서 중고차 대출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우대금리를 늘리거나 대환 상품을 내놓는 방법이 거론된다"고 했다.
은행들은 중고차 시장이 커지면서 중고차 대출이 신용대출을 대신할 수익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2018년 12조4217억원으로 매년 20% 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고차 시장이 2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시장 규모는 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시중은행과 연계한 저금리 대출상품도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