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파격 인선…첫 '성소수자 장관' 감격 소감 들어보니

입력 2020-12-17 07:52
수정 2020-12-17 07:53

상원 인준을 받으면 미국 최초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LGBTQ) 장관이 되는 '백인 오바마' 피트 부티지지(38) 교통장관 내정자가 "감격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부티지지 내정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번 지명에 역사의 눈이 쏠려 있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열일곱살에 저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가 성소수자라서 상원 인준을 거부당한 뉴스를 보았다"며 "20년이 지나 어디에선가 열일곱살짜리가 보고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부티지지 내정자가 언급한 사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룩셈부르크 대사로 지명한 제임스 호멀이다. 상원이 인준을 거부하자 클린턴 전 대통령은 상원 휴회 중 호멀을 임명한 바 있다.

부티지지 내정자는 "공개 성소수자 장관 지명자의 인준안이 상원에 넘어가는 건 처음"이라며 "이 나라에 어떤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또한 중요하게 어떻게 그런 한계들이 도전받는지도 보게 됐다"고 벅찬 심정을 전했다.

그는 교통분야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다. 그는 "내게 여행은 성장과 모험, 사랑과 같은 말"이라며 동성 배우자인 채스턴 글래즈먼에게 미국의 주요 공항 중 하나인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청혼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티지지 내정자를 소개하면서 "내가 만난 이들 중 아주 똑똑한 사람이고 아주 겸손한 사람"이라며 "큰 심장을 가진 정책통"이라며 "어떤 내각보다 유색인종이, 여성이, 장벽을 깬 이들이, '첫번째'인 이들이 많은 내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부티지지 내저자 등 이번 지명자들은 석유 배출을 조속히 줄이는 방향으로 교통 시스템을 개조하려는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금은 이처럼 덕담이 오가지만, 지난 2월 민주당 대선 경선 전당대회(코커스)에서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킬 때의 부티지지 내정자는 바이든 당선인의 경계 대상이었다. 당시 바이든 캠프는 부티지지의 경륜이 부족하다는 내용의 네거티브 광고를 제작하기도 했다.

부티지지 내정자는 2015년 커밍아웃했고 2018년 중학교 교사인 채스턴 부티지지와 동성 결혼을 했다. 올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위에 오르며 '백인 오바마' 돌풍으로 일으켰다. 다만 뒷심 부족으로 한 달 만에 중도 하차한 그는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후 부티지지 내정자가 장남 보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입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 바이든은 2015년 뇌암으로 세상을 떠난 보를 '나의 영혼'으로 부르며 각별히 아꼈다.

부티지지 내정자의 합류에 따라 '워싱턴 정계 주류 올드보이' 일색이라고 비판받던 바이든 행정부에도 젊고 역동적 이미지가 약간은 덧씌워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오바마 전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AP통신은 "중소도시 시장에서 대권 주자로까지 성장했던 젊은 정치인의 행정부 합류는 수십 년간의 워싱턴 경험을 가진 인사들이 주류를 이룬 첫 바이든 행정부에 역동성을 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선은 내각 다양성을 한층 강화하는 행보이기도 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 역사상 첫 여성 재무 장관 △첫 흑인 국방 장관 △첫 여성 국가정보국(DNI) 국장 △첫 이민자 출신 국토안보 장관 등을 지명했다.

내무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되는 뎁 홀란 하원의원까지 임명될 시 내각 다양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다. 라구나푸에블로족 여성인 그가 실제로 발탁돼 상원 인준을 통과한다면 내무부를 이끄는 첫 원주민 장관이 된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