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거리에서 음식을 팔던 상인을 지칭하는 싱가포르의 ‘호커(hawker)’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유엔의 문화담당 기구인 유네스코는 지난 16일 저녁 호커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로서는 첫 ‘무형’ 문화유산 등재 사례다. 2015년 식물원인 ‘보타닉 가든’의 세계유산 등재를 포함하면 두 번째로 유산의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호커들이 모여 영업하는 호커 센터(사진)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먹거리 장소다. 길거리 음식점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1970년대 이후의 환경 미화 사업으로 생겨나 현재 100곳을 웃돌고 있다. 푸드코트와 비슷한 구조로 여러 개의 작은 점포(stall)로 구성돼 있다. 싱가포르는 작년 3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공식 신청했다.
정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국민의 80%가 1주일에 최소 한 번은 호커 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6싱가포르달러(약 5000원) 이하의 가격으로 여러 민족의 전통 요리에 뿌리를 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점포에서 레시피가 세대에 걸쳐 이어지고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일부는 미슐랭 스타를 얻기도 했다.
앞서 싱가포르 정부는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 제출 직후 보도자료에서 호커 문화를 “다민족 도시라는 문맥 안에서의 공동체 식사, 그리고 요리와 관련한 것들”이라고 정의했다. 싱가포르의 사회적 화합과 응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화로서 특징도 강조했다.
동시에 “빠른 도시화와 문화적 다양성 확대 속에서 무형문화유산이 살아남는 것은 물론, 지속적으로 번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소개했다.
싱가포르=이태호 특파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