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의혹 사건, 진실은 '은폐'되고 '위력'만 남았다"

입력 2020-12-17 20:58
수정 2020-12-17 23:26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응하는 여성단체에서 사건에 대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은폐하려는 위력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17일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실체진실과 책임촉구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하지 않겠다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강력하게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송 사무처장은 “성폭력의 진실은 은폐되고 위력 자체만 남은 상황이 됐다”며 “성추행 피소 사실이 알려지고, 6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했음에도 장례식을 진행하고, 그 장례식에 수많은 유명 정치인들이 조문을 간 것 자체로 ‘위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 제기 이후에는 사건에 관한 부정, 피해자를 향한 비난, 지원단체와 변호인에 대한 공격 같은 것들만 남았다”며 “일련의 사건은 ‘한국에서 더 이상 성폭력에 대해서 문제제기하지 말아라, 성폭력 있다고 해도 우리는 계속해서 권력을 유지하고 창출해낼 것이다’는 (메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역시 “위력 성폭력을 피해자에게만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미 위력 성폭력은 부정되고 감춰지고 있다”며 “피해자에게만 입증을 요구하는 행위 자체가 위력이 작동하고 있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가까운 보좌진은 단체장의 부당한 연락과 행위에 대해 정당화하고 피해자에게 전가된 위험을 간과했다”고 했다.

성추행 의혹 사건에서 피해자를 대리하고 있는 김재련 변호사는 박 시장의 사망으로 범죄사실에 대한 규명이 불가능하진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신매체이용음란행위 관련 진실규명은 박 시장의 사망과 상관없이 (박 시장의 휴대폰) 포렌식 조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고소한 피해자가 있는 상황에서 문제제기를 지속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사실규명 자체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박 시장은 사과하지 않은 채로 사망했고 지지자들은 부인하고 있기에 이 사건에 있어서 사실규명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미 피해자의 호소를 들었던 20여명의 동료 상사들에 대한 경찰 조사는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조죄에 대한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이들의 진술을 통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김 변호사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18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2차 피해 방지지침과 업무 관련자 교육 등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는 “이러한 의무조항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누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요청을 하면 책임이 있는 국가나 지자체가 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