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역지사지(易地思之)

입력 2020-12-17 17:33
수정 2020-12-18 00:03
어느덧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저물고 있다.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나는 말 그대로 일도 많고 탈도 많은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해였다. 올 한 해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 회고해봤을 때 코로나19라는 질병을 핑계로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해야 할 일을 미뤄왔던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내 진심이 상대방에게 잘못 전달돼 상대방이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 곱씹어보게 된다.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과 함께 일을 해야 하는 필자로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내 마음과 같이 움직여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항상 사람들과의 소통과 배려를 마음에 담고 실천하려 노력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오래전 읽은 시집의 문구가 하나 떠오른다. ‘오해는 굉장히 친한 사이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이해를 두 번 반이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친한 사이랴’. 사람의 마음이 잘못 전달되는 데 대한 자책을 위로하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으로 대한다고 하면서도 어쩌면 서로가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해서, 아니 이해하기 싫어서 오해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나로서는 호의를 가지고 도움을 주려 하는 행동임에도 상대방은 오해할 수도 있고, 나는 이 방향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반대 방향이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모든 일에는 당연히 소통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소통에도 진정성이 요구된다. 듣는 척이 아닌 정성으로 들어주는, 상대방의 처지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소통이 되고,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배려도 생겨난다. 사람의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것은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 말을 경청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 9일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등을 비롯해 수많은 쟁점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경제계와 소통을 했다고 하지만 최종 입법안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 없이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제도 시행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을 중소기업의 처지를 이해하는 배려와 진정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제 코로나19라는 긴 터널 속에서 희망의 마음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 어려움이 끝났을 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섭섭함이라는 오해를 가지고 새로운 세상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섞인 걱정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호 소통과 배려를 바탕으로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믿는다. 아울러 내년에는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국회에서도 충분히 귀담아들어 법안에 적극 반영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