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2.75단계'?…3단계 격상만은 피하려는 정부

입력 2020-12-17 16:12
수정 2020-12-17 16:16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10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위한 조건이 모두 갖춰졌지만 정부는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3단계는 아니지만 각종 조치를 통해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2.75단계'라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7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14명 늘어 누적 4만6453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날(1078명)보다는 64명 줄었다.

서울에서는 병상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확진 후 사흘간 입원을 기다리던 환자가 도중에 사망한 사례가 나왔다. 서울 122번째 사망자는 지난 12일 확진 판정 이후 병상배정 대기 중이던 15일 숨졌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22명 늘어 일일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일 사망자 수가 20명 넘은 것은 처음이다.

의료계는 이미 지난 8월부터 "수도권만이라도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선 이대로 갈 경우 의료체제 붕괴가 현실화돼 해외처럼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들것에 실린 채 죽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이르다고 보고 있다. 아직 격상의 핵심 조건인 방역망 통제 상실이나 의료 체계 붕괴 상황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특히 지난 주말 수도권의 주말 이동량이 감소한데다 선제 검사를 통해 '숨은 감염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있는 만큼 다음 주부터 확진자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종전 2.5단계까지와 달리 전국 단위 조치다. 기존처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단계를 조절할 수 없으며 필수시설을 제외한 모든 다중 이용시설 운영이 중단된다. 10인 이상 모임·행사, 스포츠 경기는 전면 중지된다. 어린이집 등 사회복지시설은 휴원하고, 학교도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

또 직장은 필수인력 외 재택근무를 의무화해야 한다. 종교활동은 1인 영상만 허용한다. 식당과 카페는 시설 면적 8m²당 1명으로 이용 인원을 제한하지만 2.5단계와 운영 시간은 동일하다. 카페는 포장과 배달만을 허용하며, 음식점은 21시 이후에는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다. 대중교통(버스, 지하철, KTX, 고속버스) 등은 운행을 50%로 감축한다.

정부는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대신 현재 수도권 2.5단계, 전국 2단계인 거리두기 이행력을 높여 확진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기업에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 등을 적극 활용해 밀집도를 최소화하도록 권고하고, 종교계에 정규예배와 미사, 법회 등을 비대면으로 전환하고 모임과 식사를 금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파티·교육·식사 등 위험도 높은 활동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홀덤펍은 운영이 금지되며 무인카페도 일반 카페와 마찬가지로 매장 내 음식섭취가 금지된다.

연말연시를 맞아 숙박시설이 주최하는 파티와 행사뿐만 아니라 개인들이 주최하는 파티와 행사도 금지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숙박업계가 철저하게 객실 정원을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입사원 연수 등 모든 교육을 연기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해줄 것도 강조했다.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각종 대면 집합교육·훈련과정은 중단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했으며 신입사원 연수 등 민간 기관·기업의 집합교육도 연기·취소 또는 비대면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사실상 2.75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