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취업자 수가 9개월 연속(3~11월)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8개월 연속 감소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달 취업자 수 감소폭은 27만3000명으로 전달(-42만1000명)보다 작아졌지만, 수도권 거리두기 강화 여파가 12월 통계에 반영되면 감소폭이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임시직(-16만2000명)과 20~30대 청년층(-40만3000명)이 가장 타격이 컸다. 요 며칠 새 맹추위만큼이나 혹독한, 최악의 고용한파다.
고용시장만이 아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생사의 기로에 섰다. 이달 둘째주 서울지역 소상공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8% 급감해 올 들어 최대폭 감소했다. 자영업 가운데 PC방 폐업(2~11월)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급증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내년 3월까지 미뤄놓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만기와 이자상환이 연착륙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두 차례 유예된 것이어서 금융권에 추가 연장 여력이 있을지도 조마조마하다.
최상의 위기대책이라고 할 코로나 백신 확보가 지지부진해 내년 우리 경제는 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운 처지다. 중국이 내년 8% 성장하는 등 세계 경제의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백신 접종 지연으로 자칫 한국만 뒤처질 수도 있어서다. 정부가 ‘백신 뒷북 대응’이란 비판여론에 화들짝 놀라 ‘4400만 명분을 사실상 확보했다’고 공언했지만 국민안심용 발언이란 지적도 나온다. 화이자가 미국의 백신 추가구매(1억 명분) 요구에 “내년 3분기에도 어렵다”고 답한 점에 비춰볼 때 “화이자와 얀센과 백신 구매계약 합의가 순조롭다”는 어제 정부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올해 안에 백신 접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불안감은 더 커진다. 미국은 내년 3월 이후 접종할 백신 확보분이 없다며 벌써부터 ‘백신 절벽’을 걱정하는데, 우리는 초도물량조차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보건의날 축사에서 또다시 ‘K방역 자긍심’을 강조했다. 미국 최대 24억 회분, 일본 5억3000만 회분은 물론, 인도도 20억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는데 한국은 1000만 명분만 계약이 완료된 상황이다. 불과 며칠 전 “끝이 보인다”고 했다가 확진자 급증으로 “송구하다”고 했으면서 여전히 K방역만 되뇐다. 이러니 ‘경제위기의 끝이 안 보인다’는 국민의 한숨이 전국에 가득한 것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