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30개 경제단체는 현재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의최고 수준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헌법과 형법을 중대하게 위배해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는 중대재해법의 제정에 반대한다"면서 "입법 추진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먼저 30개 단체는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의무 범위도 모호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들은 "중대재해법은 모든 사망사고에 대해 인과관계 증명 없이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책임을 부과한다"면서 "이는 관리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고.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연좌제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과실범에 대해 징역형과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과해 산업규제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면서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과 형법상의 책임주의, 명확성의 원칙을 중대하게 위배한다"고 강조했다.
또 30개 단체는 중대재해법이 모델로 삼은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보다 과도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이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기업 처벌법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입법 만능주의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해당 법은 법인과실치사법에는 없는 형사처벌까지 담고 있고, 기업에 대한 벌금 외 경영책임자의 처벌,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사중 제재를 부과한다"면서 "최고 수준의 처벌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산업안전 정책의 기조가 현행 사후처벌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670여 개에 달하는 산업안전보건 규칙을 재정비해 원청과 하청간 책임소재를 정립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면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근로감독관이 아닌 별도의 산업안전 전문요원 운영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30개 단체는 정치권과의 추가 접촉 계획에 대해선 "양당 지도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정치적 고려가 더 큰 것 같다"면서 "헌법소원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런 상황까지 안 가도록 법을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를 통과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어떻게든 (이사회에) 적군을 넣어 개혁하겠다는 것인데 기업경영은 그렇지 않다"면서 "당장 2월부터 새로운 감사를 뽑아야 하는 많은 기업이 '3%룰'을 어떻게 적용할지 모르고 있다.
1년 만이라도 유예를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경련 권태신 상근부회장, 경총 김용근 상근부회장, 대한상의 우태희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