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취업자 수가 9개월 연속 감소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한파다.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도 역대 최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제 고용 통계를 자의적으로 가져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고용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자평해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24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만3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3월 이후 9개월 연속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8월의 8개월 연속 감소 기록을 넘어섰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부터 1999년 4월까지 16개월 연속 고용이 감소한 이후 최장 기간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취업자 감소폭은 10월 42만1000명에서 지난달 27만 명대로 일시적으로 축소됐다. 지난 10월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대면 서비스 업종 등에서 일시적으로 고용이 회복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달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거리두기 단계 격상은 조사 기간과 거의 겹치지 않아 이번 통계에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달 고용률은 60.7%였다. 작년 같은 달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235만3000명, 구직을 단념한 사람은 63만1000명이었다. 두 지표 모두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1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의 질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공공·노인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반면, 제조업과 청년 일자리는 감소 폭이 컸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37만2000명 늘었다. 하지만 20대(-20만9000명), 30대(-19만4000명), 40대(-13만5000명), 50대(-7만4000명) 등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취업자 수가 15만2000명 증가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도 11만4000명 늘어 5.0% 증가율을 기록했다. 정부가 주로 노인들에게 공급하는 직접 일자리가 취업자 감소폭 완화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고용은 악화하는 추세다. 취업자 감소폭이 10월 9만8000명에 이어 지난달 11만3000명으로 확대됐다.
실업자는 96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1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0.3%포인트 상승한 3.4%였다. 잠재경제활동인구 등을 포함한 청년층(15~29세)의 확장 실업률은 24.4%로 4%포인트 뛰었다.
고용지표가 악화하고 있는데 정부가 고용 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각국의 취업자 증감률 자료가 자의적으로 선택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주재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고용 감소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나 10월에 비해 고용 상황이 나아진 점은 긍정적”이라며 “국제 비교 시 우리 고용 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11월 기준 취업자 증감률은 -1.0%인데, 이 수치가 독일(-1.3%), 일본(-1.4%), 영국(-2.6%), 미국(-6.0%) 등보다 낫다는 점이 평가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한국보다 상황이 좋거나 비슷한 네덜란드(-0.5%)와 호주(-1.0%) 사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다른 국가의 통계는 지난달이 아니라 10월 통계였다는 점도 문제다. 기준이 다른 지표를 입맛에 따라 붙였다는 비판이다. 실제 10월 기준 한국의 취업자 증감률은 -1.5%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