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 "중대재해법, '기업 투자' 저지…입법 중단해야"

입력 2020-12-16 17:17
수정 2020-12-16 17:18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30개 경제단체들은 16일 입법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철회를 촉구했다.

경총 등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과 형법을 위배해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는 중대재해법의 제정에 반대한다. 입법 추진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30개 경제단체 "경영책임자에 과도한 중벌…기업 연좌제"이들 단체는 우선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이 광범위한 것과 의무 범위가 불분명한 점 등을 비판했다.

경제단체들은 "모든 사망사고 결과에 대해 필연적으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책임과 중벌을 부과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에 책임을 묻는 것과 같다"며 "그 자리와 위치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것은 연좌제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과실범에 대해 징역형과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과해 산업규제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은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면서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형법상의 책임주의, 명확성의 원칙을 중대하게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법이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법안'이라고도 했다. 이들 단체는 "중대재해법은 형사처벌 외에 기업에 대한 벌금, 경영책임자 개인처벌, 영업·작업중지 등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사중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이 모델로 삼은 영국의 법인과실치사법보다 과도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이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로 기업 처벌법을 만드는 것이 입법 만능주의라고도 강조했다.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국내 산업안전정책 기조를 현행 사후처벌 위주에서 사전예방 정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670여 개에 달하는 산업안전보건 규칙을 재정비해 원청과 하청 간 책임소재를 정립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면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근로감독관이 아닌 별도의 산업안전 전문요원 운영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는 인력충원, 시설개선, 신기술 도입 등 안전관리에 적극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세제혜택, 자금지원 등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는 등 민관 협동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중대재해법이 제정되면 경영책임자와 원청은 언제, 어떻게 중형에 처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떨칠 수 없다. 기업의 과감하고 적극적인 산업안전 투자와 활동도 주저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산업안전에 대한 인력과 투자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들은 처벌위험에 상시 노출돼 이에 따른 우려와 부담감을 떨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총 등은 정치권을 향해 사망사고 발생 시 형량을 가중시킬 수 있는 개정 산안법이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 중대재해법의 제정 필요성 여부를 중장기적으로 논의해 나가자고 요구했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등이 무더기로 통과된 상황에서 중대재해법까지 입법되면 기업의 충격과 좌절감이 클 것"이라며 "모든 사고 책임을 일방적으로 기업·경영인·원청에 귀속시키는 입법 추진을 중단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