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소비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를 연장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면세구역 관광도 허용한다.
하지만 지역화폐와 소비쿠폰 등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정책들이 확대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시행시기를 정하지 못한 경우도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소득공제 확대...더 쓰면, 더 돌려준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2021년 경제정책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내년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위해 소비 등 부문별 활력제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내수경기 악화로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정부는 근로자의 신용·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사용분을 공제해주는 소득공제 제도를 한시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카드 등 사용액이 올해에 비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면 기존 공제율 및 한도와 무관한 추가 소득공제를 해주는 식이다. 증가폭은 5%, 추가 공제율은 10%, 공제 한도는 100만원이 유력하다.
예컨대 총 급여가 7000만원이고 올해 신용카드 소비액이 20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내년 2400만원을 소비하면 5%이상 소비 증가분 300만원에 대해 30만원이 추가로 공제된다. 총 공제액은 97만5000원에서 127만5000원으로 늘고, 세부담은 4만5000원이 줄어든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추가 공제를 해주는 소비 증가 기준과 공제율 등은 올해 카드 실적 등을 감안해 내년 1월 께 구체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관광비행 활성화도 추진한다. 내국인이 해외 관광비행을 할 경우 면세 쇼핑을 허용한 데 이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비슷한 혜택을 준다.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일시 착륙을 허용하고 출국장 면세점을 이용한 후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는 형태의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 면세점 쇼핑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개소세 인하 '후퇴', 지역화폐 '논란'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는 내년 6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30%의 인하율이 유지되는 가운데 100만원의 감면 한도는 부활한다. 정부는 고가 외제차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이유로 감면 한도를 부활시켰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상 개소세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내수 진작을 위해 개소세 인하율을 70%로 확대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세수가 1조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면서 기존 혜택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에너지 고효율 가전 환급도 내년 3월부터 500억원 규모로 다시 추진한다. 고효율 가전 환급은 TV와 냉장고, 공기청정기,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기기를 살 때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을 사면 3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금액의 10%를 할인해주는 정책이다.
지역사랑 상품권 발행액을 9조원에서 15조원으로 확대한 대책에 대해선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이 지역사랑상품권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발행 규모를 60% 넘게 늘려서다. 반면, 상대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온누리 상품권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20% 늘리는 데 그쳤다. 내년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는 결정도 공무원 사회의 불만을 낳고 있다.
외식쿠폰 등 소비쿠폰은 내년까지로 사업기간을 연장하고 바우처를 포함한 4+4 형태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역시 소비쿠폰의 정확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모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비쿠폰을 지급할 때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것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이같은 논란을 감안해 소비쿠폰과 대규모 소비행사는 '방역 안정을 전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정과 규모 등을 정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