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새 경기 사이클 시작…소형주·위험자산 유망"

입력 2020-12-16 11:53
수정 2020-12-16 13:07

내년 경제 회복을 앞두고 월가는 '새로운 경기 사이클'이 시작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경기 사이클이 새로 상승할 때는 소형주, 금융주, 위험자산 등이 유망하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15일(현지시간) 12월 월간 펀드매니저 조사(FMS) 결과를 발표했다. 운용자산 5760억달러 규모인 매니저 217명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89%의 응답자는 내년에 강력한 거시 경제의 성장을 점쳤다.

특히 응답자의 70%는 지금 글로벌 경제가 초기 경기 사이클에 있다고 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2010년 시작된 장기 호황 사이클이 올 3월 코로나 바이러스로 촉발된 초단기 침체를 거쳐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펴낸 '2021년 투자 전망'에서 "2021년 투자 테마는 '새로운 정상'이다. 경제 회복을 믿고, 경기사이클 초기에 각광받는 자산에 투자하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이 6.4%에 달하면서 다양한 자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주요국 증시에서 기업들의 이익이 25~30% 증가하면서 기업 레버리지(부채)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달러 하락과 함께 주식과 회사채 강세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경기 사이클 초기 패턴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헤처나오던 2010년에도 발생했다. 당시에도 투자자들은 증시 반등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후 강세장은 10년 동안 이어졌다. 앤드루 시츠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내년에도 적용될 2010년의 교훈은 일반적으로 경기 사이클이 승리한다는 것"이라며 "간단히 말해 2021년은 주식 및 회사채에서 평균 이상의 위험 조정 수익률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모건스탠리의 '2021년 투자 전망'의 여섯 가지 핵심 사항이다.

① 글로벌 기업 수익은 급증한다

시츠 전략가는 "경기 사이클은 이제 초기로 전환했다. 이는 시장의 최근 랠리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이익 성장 전망이 아직 주가에 책정되지 않았다고 믿는 이유"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에 세계 여러 지역의 기업 주당순이익(EPS)이 25~ 3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선진 시장에서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예상한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미국 주식)는 미국 기업들의 EPS 성장에 대해 초기에 외형 개선에서부터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윌슨 전략가는 "추가 재정 부양책과 사업 재개가 더해질 경우 수익이 폭발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 말까지 S&P 500 지수가 390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② 밸류에이션은 합리적이지만, 불균형하다

2010년과 마찬가지로, 시장은 경기 침체 말기의 랠리와 함께 2021년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가가 예상되는 기업 이익 개선을 이미 반영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역사적 변동성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과 대비한 MSCI 세계 지수 등을 보면 글로벌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 재확산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츠 전략가는 "이는 강력한 이익 성장 전망이 증시에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은 고르지 않다. 유럽과 일본의 주식은 지난 5년 동안 헤멨다. 미국의 소형주, 그리고 신흥 시장도 옆으로 기었다. 지난 2010년엔 미국 소형주가 S&P 500의 수익률을 거의 두 배 이상 앞섰었다.



③ 초기 경기사이클의 각본 따르라

이번 사이클은 상대적으로 정상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이런 점에서 경제 회복 초기에 힘을 받는 자산을 선호하고 있다. 시츠 전략가는 "불황에서 벗어날 때는 그동안 기대치가 낮았던 주식을 매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형주보다 소형주가 낫다는 걸 의미한다. 소기업은 일반적으로 침체가 걷힐 때 빨리 벗어나며, 추가 재정 부양책도 소기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마국과 유럽의 금융주, 소재 관련주, 여행 및 레저 등 코로나 봉쇄 때문에 피해를 받은 주식들이 유망하다.



④ 유럽은 (마침내) 반등할 준비가 됐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오랫동안 저평가되어온 유럽이 2020년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져 경제가 봉쇄되면서 올해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유럽이 계속 코로나와 씨름하고 있지만 강력한 펀더멘털과 정책 지원, 저조했던 실적 등이 결합되어 유럽은 내년에 강한 반등을 할 수 있다. 이는 2022년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
모건스탠리는 유럽 기업의 평균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을 2021년 30%, 2022년에 20%로 예상한다.



⑤ 채권은 하이일드 등 위험자산이 유망

2020년 기업들은 전례없는 많은 회사채를 발행했다. 코로나 사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야했다. 하지만 경제와 이익 전망이 개선되면서 많은 기업은 부채를 상환하고 있다. 이는 신용등급 상승을 뜻한다.
모건스탠리는 신용스프레드 축소에 따라 투자등급 채권보다는 몇몇 하이일드 채권이 유망하다고 본다. 또 구조화 채권의 경우 고품질 채권을 노리기보다는 위험한 자산을 택할 것을 권한다.

⑥ 상품 유망하지만 원유와 구리는 다르다

주식과 채권에 대한 경기 사이클 초기 대응은 간단하지만, 다른 자산들은 미묘하다. 한 예로 상품 가격은 회복 초기 단계에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이런 상승세가 통상 후행하며, 자산별로 매우 다르다고 분석한다.
통상 사이클 초기에 오르는 건 원유다. 구리는 다른 얘기다. 구리가 2021년 강세장을 이어가려면 여러 많은 요인들이 들어맞아야한다는 게 모건스탠리의 관점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