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6배 비싸게 낙찰된 마포농수산물시장 '미스터리'

입력 2020-12-16 16:27
수정 2020-12-16 16:47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인근 대형 재래시장인 마포농수산물시장의 식자재마트 입찰에서 기존 임대료보다 6배나 비싼 가격을 써 낸 신생 업체가 낙찰됐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서울시내 재래시장 임대료 수준을 감안하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임대료가 책정되면서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마포구시설관리공단은 최근 마포농수산물시장 내 2703㎡(817평) 규모의 마트매장 운영사업자 공개입찰에서 A사를 신규 사업자로 최종 선정했다. A사는 지난 6월 설립된 자본금 1000만원 규모의 신생 업체다.

이 업체가 마포농수산물시장 내 최대 마트 매장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써 낸 가격은 월 임대료 4억1956만원에 임대보증금 83억9134만원이다. 이는 기존 마트 운영자인 다농마트가 내고 있는 월 임대료 7473만원보다 561.4% 비싼 금액이며, 임대보증금의 경우 무려 2297%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임대료를 인하하고 있는 마당에 마포구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에 6배나 높은 임대료가 책정된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마포시장 내 가장 큰 매장의 임대료가 폭등하면 다른 상인들에게도 불똥이 튈수도 있는 데다 서울시내 재래시장의 마트 임대료도 영향이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임대료 수준은 가락시장 등 다른 대형 재래시장의 임대료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3.3㎡(1평)당 월 임대료를 비교해보면 마포농수산물시장은 51만원으로 가락농수산물시장의 가락몰마트매장 13만원,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마트식품매장 12만원보다 4배 이상이다.

신규 마트 운영자가 높은 임대료를 메우기 위해 제품가격을 올리면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강명숙 의원은 지난 10월 말 마포구의회 본회의에서 이춘기 마포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 “신규 업체가 과도한 임대료를 내면서 기존 업체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물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 있느냐”며 “마포농수산물시장의 임대료 상승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가면 구민들이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춘기 이사장은 “기업의 상태를 검증할 권한이 없으며 검증한다 하더라도 입찰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A사가 들어오려는 이 매장은 중견유통업체인 다농마트가 18년간 운영해왔다. 다농마트는 “매 2년마다 계약을 연장해오던 마포구시설관리공단측이 갑자기 사전 논의도 없이 최고장을 보내 매장을 빼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단측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농측은 현재 마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규 업체가 얼토당토않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라며 “공공시설 임대시 무조건 최고가 낙찰가로 사업자를 선정할 것이 아니라 사업자의 적격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