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회장님 차'였던 현대차 그랜저가 아반떼·쏘나타를 잇는 '국민차'가 됐다. 과거 '그랜다이저' 명성은 제네시스 G80가 넘겨 받았다는 평가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그랜저는 내수 시장에서 4년 연속 베스트셀링카로 등극하며 쏘나타와 아반떼를 제치고 '국민차' 반열에 올라섰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누적 13만6384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같은 기간 쏘나타와 아반떼는 각각 6만2038대, 7만9363대에 그치며 맥을 못 췄다.
지난 30여년간 '국민차' 타이틀은 쏘나타와 아반떼가 쥐고 있었다. 중형 세단 쏘나타는 1999년부터 12년 연속 판매 1위 자리를 지키며 명실상부 국민차임을 입증했다. 2010년 15만2023대가 팔리며 국산차 중 유일하게 연 15만대 판매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랜저, 회장님 차에서 국민 패밀리카로동시대 그랜저는 '회장님 차', '부의 상징'으로 통하는 고급 세단의 대명사였다. 1986년 처음 출시된 그랜저 기본형 가격은 1690만원으로, 당시 고임금을 받던 전산업종 근로자 평균 월급이 35만원이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비싼 차량이었다.
1996년 출시된 그랜저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다이너스티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마지막 자동차이기도 했다. 그랜저 일부 부속을 바꿔 달면 다이너스티와 같은 외관을 가지기에 '그랜다이저'라는 별칭도 얻었다.
2009년 4세대 모델(TG)부터 젊어지기 시작한 그랜저는 2015년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에 따라 진입장벽이 더 낮아졌다. 지난해는 한층 젊어진 디자인의 더 뉴 그랜저가 출시됐다. 3040세대 비중이 전체 절반(52%)을 넘기며 2017년 그랜저 IG가 세운 연간 최다 판매량(13만2080대)도 일찌감치 갈아치웠다.
업계는 그랜저가 올해 15만 판매 실적을 달성하고 10년 만에 쏘나타의 뒤를 이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급차'라는 상징성은 유지하면서도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진화한 결과다. 최근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좌절을 느낀 젊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자동차로 옮겨간 점도 판매량 증대에 영향을 끼쳤다.
제네시스와 수입차, '부의 상징' 거듭나국민차 대열에 합류한 그랜저를 대신해 제네시스와 억대 수입차가 부의 상징 역할을 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새롭게 출시된 3세대 G80는 제네시스 디자인 정체성인 '역동적 우아함'을 세련되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쾌적한 실내 공간과 강력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유지관리 용이성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힘입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11월까지 누적 4만9420대 판매됐다.
억대 수입차 시장도 지속적인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국산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수입차 가격에 근접해진 데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수입차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브랜드 가치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올 11월까지 1억원 이상 고가 수입차 판매량은 3만87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2만5277대)과 비교해 53% 늘었다. 특히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의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1억5000만원을 넘는 수입차 판매량은 9932대를 기록, 전체 25% 비중을 차지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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