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만장일치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징계를 받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한 지 22일 만이다.
해임 처분은 피했지만 내년 7월까지인 윤 총장 임기 중 상당 기간을 사실상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하게 됐다.
검사징계법상 감봉 이상의 징계는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도록 돼 있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징계를 재가하면 윤석열 총장은 2개월간 직무 집행이 정지되고 보수도 받지 못한다.
윤석열 총장은 징계위 처분에 반발해 곧바로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직 기간인 2개월 안으로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한중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는 이날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민이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양해 부탁드린다"며 "증거에 입각해 혐의와 양정을 정했다. 이번 양정에 대해 국민 질책은 달게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징계위가 중징계 결론을 정해놓고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해놓고 했으면 이렇게 (오래) 했겠나. 계속 결론이 안 나서 엄청 오래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당초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는 15일 자정쯤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징계위는 16일 오전 4시15분에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정한중 직무대리는 최종 결정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징계 수위를 놓고 토론이 길어졌다. 불미스러운 일을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밤샘 토론 끝에) 오늘 결정했다"며 "제기된 6가지 징계 사유 중 4개가 인정됐다. 징계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정직 2개월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징계위는 △재판부 분석 문건 배포 △채널A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은 징계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언론사주와 부적절한 교류 △감찰 협조의무 위반 등 의혹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으나 징계사유로 삼지 않는다는 불문(不問) 결정을, △채널A사건 감찰정보 유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결정했다.
이중 불문 결정은 징계사유가 있으나 징계처분을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인정될 경우 내리는 처분이다. 정 위원장 직무대리는 언론사주 만남에 관해 "부적절한 만남이지만 징계하기엔 미약하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총장 측은 징계위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하며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총장 측 변호인은 징계위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정말 무고하고 누명이라는 것에 대해 벗겨보려 많은 준비를 하고 노력했지만 절차가 종결되는 것을 보니, 저희 노력과는 상관없이 (결론이) 이미 다 정해져 있던 것 아닌가 한다"며 반발했다.
앞서 윤 총장 측의 징계위원 기피 신청은 모두 기각됐다. 징계위원회 위원 4명 중 3명은 호남 출신인 것과 관련, 법조계에선 출신 지역만으로 결론을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전체 인원 중 특정 지역 출신이 편중된 구성이라는 점은 비판 받을 만한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