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 징계위원회의 징계 결정 논의가 예상외로 길어지고 있다.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한 최종 징계 수위 결정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는 15일 자정쯤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징계위는 16일 오전 2시 30분 현재까지 윤 총장에 대한 최종 징계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토론에는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와 이용구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징계 위원 4명이 참여하고 있다.
앞서 윤 총장 측 변호사는 징계위가 종료된 후 기자들과 만나 "정말 무고하고 누명이라는 것에 대해 벗겨보려 많은 준비를 하고 노력했지만 절차가 종결되는 것을 보니, 저희 노력과는 상관없이 (결론이) 이미 다 정해져 있던 것 아닌가 한다"고 반발했다.
따라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는 정한중 위원장 직무대리가 예고한 시각에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외로 징계 수위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징계 위원 중 윤 총장 징계에 반대하는 이탈표가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강행한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는 법무부 감찰위원회와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징계위가 윤 총장 징계를 강행하면 자칫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라 징계위원들이 최종 결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의 절차상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징계위는 15일 오전 9시부터 윤 총장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징계위는 시간을 좀 더 달라며 반발하는 윤 총장 측 변호사들을 모두 회의실에서 내보낸 뒤 회의 종료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고 한다.
이날 법무부 징계위 2차 회의는 애초 8명의 증인 심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 등이 모두 불출석하며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징계위원들은 윤 총장 측이 신청한 나머지 5명의 증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질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징계위는 윤 총장 측이 오는 17일까지 추가 자료를 내겠다고 했으나 16일까지 내라고 독촉했다. 윤 총장 측이 이에 난색을 표하자 그대로 회의를 종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라) 징계위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징계위는 회의를 오늘 안으로 종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공지하면서 최종 의견 진술을 즉시하라고 했다. 윤 총장 측이 시간이 촉박하다고 항의하자 징계위는 1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윤 총장 측은 1시간 안에 준비를 마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결국 최종 의견 진술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징계위는 이날 오후 7시50분 경 심의 종결을 선언했다.
앞서 윤 총장 측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심재철 검찰국장, 외부 위원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와 안진 교수 등 4명에 대해 기피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특히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이었고,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공천 심사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위원회 위원 4명 중 3명은 호남 출신이다. 법조계에서는 징계위원 출신 지역만으로 결론을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전체 인원 4명 중 특정 지역 출신이 3명이나 되는 것은 편중된 구성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총장 측은 예비위원 지정 없이 징계위를 개최한 것도 절차상 위법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검사징계법상 징계위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 맡고, 위원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사안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청구권자이기 때문에 빠졌다. 외부 위원 중 1명은 이 사안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밝혔다. 심재철 검찰국장은 '판사 사찰 의혹' 제보자라는 지적에 따라 2차 회의 때부터 위원으로 참석하지 않게 됐다. 결국 징계위원 4명이 이번 결정을 내리게 됐다.
법무부 측은 예비위원을 지정하지 않아도 의결정족수가 되면 심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행 검사징계법상 법무부 징계위는 '징계위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규정돼 있다. 7명 중 4명이 출석한 상태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출석 위원 4명 중 3명의 찬성 의결을 통해 이뤄진다. 징계 수위는 견책과 감봉, 정직, 면직, 해임 등 5가지다. 감봉 이상의 징계가 의결되면 법무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징계를 집행한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징계위가 정직 3개월 또는 6개월, 면직, 해임 등 중징계를 내릴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사실상 친여 인사로 구성된 징계위조차 윤 총장 손을 들어주면 윤 총장 징계를 강행한 추미애 장관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보수 야권에서는 징계위가 윤 총장의 징계 수준을 정직 3개월로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해임 등은 심각한 후폭풍이 우려되는 만큼 여론의 반발을 적게 사면서도 사실상 윤 총장을 '식물 총장'으로 만드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직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