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 "한국 민주주의의 오랜 숙원이었던 권력기관 개혁의 제도화가 드디어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법, 경찰법, 국정원법 등 국회가 진통 끝에 입법한 권력기관 개혁 법률들을 공포했다.
문 대통령은 "오랜 기간 권력기관에 의한 민주주의 훼손과 인권 침해를 겪어왔던 우리 국민들로서는 참으로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저 또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권력기관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작동되고 오로지 국민을 섬기는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수처는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간 우리 사회에서 법은 공정하지 않을때가 많았고, 성역이 있었고 특권이 있었고 선택적 정의가 있었다"며 "전두환 정부 이래 역대 정부는 대통령 자신이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의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얼룩졌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권력형 비리 사건때마다 정치적 독립과 중립이 철저히 보장되는 특별사정기구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됐고, 1996년 이후 20년 넘게 논의되고 추진돼 온 것이라는 설명했다.
공수처 출범이 늦어져 이후 정권의 부패가 이어졌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가 공수처를 반부패정책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후 입법을 추진했는데 당시 공수처가 설립됐다면 이후 정권의 부패를 막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저도 지난 대선뿐아니라 2012년 대선에서도 공수처를 공약했는데 그 때라도 공수처가 설치됐더라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에 반대하고 독재의 수단이라고 비난하는 야당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이념이나 정파적인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며 "제1야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도 공수처를 2004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었고, 지금 공수처를 반대하는 야당의 유력 인사들도 과거에는 공수처를 적극 주장했던 분"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독재를 위한 수단이라는 야당 주장에 대해서도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사정의 칼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독재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이 야당의 비판에 대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게도 공수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그 동안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길도 없는 성역이 돼 왔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고 있다"며 "공수처는 검찰의 내부 비리와 잘못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수처가 출범해도 검찰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며 "국민들은 검찰의 권한에도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인만큼 그 점을 검찰도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고 검찰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을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공수처의 구성원뿐 아니라 정치권과 검찰, 언론과 시민사회 등 모두가 함께 감시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