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대통령 잘못은 집권당 잘못" 사과…중도확장 행보 [종합]

입력 2020-12-15 11:45
수정 2020-12-15 11:54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이 15일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가결 4주년인 지난 9일 대국민 사과를 추진했으나 당내 논란이 일었고, 이날 결국 예고한 대국민 사과를 진행했다.

그는 "탄핵을 계기로 우리 정치가 성숙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는데 민주와 법치가 오히려 퇴행한 작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전직 대통령들의 과오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김종인 위원장은 약 5분여의 대국민 사과 발표 동안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다"그는 이날 국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진행하며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며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상태에 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저는 오늘 이 문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간절한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는 공동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게 된다.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위원장은 "저희 당은 당시 집권여당으로서 그러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 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었다"며 "대통령을 잘 보필하려는 지지자들의 열망에도 제대로 보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기회 빌려 반성하고 사죄한다"그는 또 "공직 책임을 부여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것도 있었다. 국민과의 약속은 져버렸다"며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쌓여온 과거의 잘못과 허물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며 정당을 뿌리부터 다시 만드는 개조와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겠다"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역사를 돌아보면 헌정사의 모든 대통령이 불행한 일을 겪었다. 외국으로 쫓겨나거나 채권의 통탄에 맞거나 호송줄에 묶여 법정에 서거나 일가친척에 줄줄이 감옥에 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우리나라 어떤 대통령도 온전한 결말을 맺지 못했다"며 "그리고 지금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어있다.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모든 역사적 과정에 대해서도 오늘 이 기회를 빌려 반성하고 사죄하며 우리 정치의 근본적 혁신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제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면서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는 저희 당에 준엄한 심판의 회초리를 들어주셨습니다.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고 반성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 작은 사죄의 말씀이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맺혀있는 오랜 응어리를 풀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고개 숙인다"며 "저희가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보궐 앞두고 구속중 박근혜·이명박 문제 털고 간다김종인 위원장의 사과에 앞서 국민의힘은 내홍을 빚기도 했다. 장제원 의원은 '정통성'을 거론하기도 했으며 배현진 의원은 '인지 부조화'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은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준비해왔다. 당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일이기도 했던 지난 9일 맞춰 사과를 준비하기도 했었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이 내년 보궐선거 국면에서의 핵심을 '중도 확장성'에 두고 있는 만큼 이번 사과는 내년 선거를 위한 비장의 수였다.

국민의힘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김종인 위원장 사과 뒷배경(백드롭)에 어떠한 문구도 담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사과를 하면서 모든 것을 털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를 백드롭에 담았다"고 전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