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미래는 북한의 한국화, 그 반대 아냐"…美 연일 대북전단법 비판

입력 2020-12-15 10:20
수정 2020-12-15 10:32
더불어민주당의 일명 ‘대북전단금지법’ 강행 처리와 관련해 연일 미국 의회에서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마이클 맥카울 하원의원은 14일(현지시간) “한반도의 밝은 미래는 북한이 한국과 같이 되는데 달려 있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의회가 대중(對中) 압박 차원에서 해외의 민주주의와 인권 위반 사례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대북전단금지법 통과가 차기 미 행정부에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를 맡고 있는 맥카울 의원은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성명을 보내 일명 ‘대북전단금지법’이라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통과가 “우려를 낳는다”고 말했다. 맥카울 의원은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며 “미국 의회에서는 초당적 다수가 폐쇄된 독재 정권 아래 있는 북한에 외부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의 밝은 미래는 북한이 한국과 같이 되는데 달려 있다”면서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미국은 대중 압박 차원에서 해외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적극 개입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에 입각한 국제 질서를 펼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탈북민들이 북한 내 인권상황에 대한 유일한 소식통이라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이 가운데 대부분 탈북민들로 구성된 북한인권단체들이 대북 전단 살포만으로 징역형까지 처하는 이 법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앞서 미 의회 내 초당적 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도 지난 11일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민주당의 법안 처리 움직임에 대해 “한국 헌법과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른 의무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 협력자들은 왜 기본적인 시민.정치적 권리 보호라는 의무를 무시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스미스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될 경우 한국 정부에 대한 관련 조사를 위한 청문회도 소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떤 정부도 철저한 검토를 피해갈 수 없다”며 “심지어 그 대상이 오랜 동맹이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아래 한국의 행보에 관해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지방과 국가 단위에서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대통령에 대한 비판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교적 예배와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는 구실로 이용하는 것을 봐 왔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가 실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청문회 소집에 나설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회 내 초당적 위원회에서 나온 발언인데다가 북한 주민과 탈북민의 인권에 대해서는 민주·공화 양당 의견이 엇갈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에 대한 청문회가 열릴 경우 한·미 관계에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북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민간 단체가 북한으로 보내는 모든 물적 지원을 막는다. 이 법은 △대북 확성기 방송 △현수막 게시 △전단 살포 등을 한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행위가 미수에 그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법안이 발의됐을 때부터 국내 시민단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인권 증진 행위’를 범죄화하는 법안이라는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로 종결시키고 범여권 의원들과 함께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민주당은 5시간 33분간 필리버스터에 나선 이재정 의원을 앞세워 이를 막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분간 필리버스터하는 것을 ‘허용’했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재적의원 187명 전원이 찬성하면서 개정안은 통과됐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