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 웨스트랜드 지역의 일부 학교가 지난 14일 하루 학업을 중단했다. 수업 시작을 앞두고 구글의 주요 서비스가 모두 멈춰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활용했던 원격수업 도구인 구글 미트, 구글 메신저, G메일 등을 사용할 수 없었다. 같은 시간 국내에서도 ‘먹통’이 시작됐다. 아침과 저녁이라는 시점만 달랐을 뿐, 인터넷엔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폭주했다. 앱 개발업체와 실시간 SNS커머스 활용업체, 광고 없이 월 8690원에 유튜브를 즐기는 ‘프리미엄’ 이용자들의 짜증과 불만까지 SNS상의 파장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구글은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는 짤막한 입장만 내놨다. 하루가 지난 뒤 구글은 “내부 저장장치 할당량 문제로 인증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용량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인터넷 공룡’ 구글이 가져온 일상의 편리함, 즐거움의 뒤로 언제든 그 정반대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불편과 피해가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의 서비스 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에는 유튜브가 2시간 동안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특히 지난달 접속 장애는 유튜브가 2005년 출시된 이후 기록한 최장 시간 서비스 중단이다. 이번엔 유튜브뿐만 아니라 구글의 주요 서비스가 모두 먹통이 됐다는 점을 업계에선 주목하고 있다. 장애의 질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인 보상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구글 이용자가 급증한 만큼 피해 규모는 커지는데, 피해보상을 받기는커녕 왜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는지에 대한 정보에서도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SK텔레콤은 통신 장애가 발생했을 때 고객 730만 명에게 1인당 600~7300원을 보상했다. 지난해 멜론도 서비스 장애에 따른 보상으로 이용자들에게 유료 서비스 이용 기간을 연장해줬다. 구글은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가 먼저 원인 파악에 나선 건 그나마 주목할 만한 변화다. 최근 도입한 일명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구글에 처음 적용한 것이다. 넷플릭스법은 구글 등 인터넷망을 쓰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서비스 안정성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넷플릭스처럼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도 망 품질 유지비 부담을 지지 않는 해외 사업자의 무임승차를 규제하기 위해 도입했다.
정부 조사 결과와 이에 대한 구글의 움직임은 비슷한 사태에 대처하는 ‘벤치마크’가 될 것이다. 많은 이가 시험대에 오른 정부와 구글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