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前 금융위원장 "마음 속 맛집 공유…자영업 위기 극복 도움됐으면"

입력 2020-12-15 17:34
수정 2020-12-16 00:37
“생각해 보면 무심코 먹는 한 끼 한 끼가 참 소중해요. 개인에게는 먹는 즐거움이 되고, 자영업자에게는 생계가 되잖아요. 책 제목 그대로 끼니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널리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67·사진)이 지난달 말 책을 한 권 펴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매일 고민하고, 선택하고, 보람을 느꼈던 결과물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한다. 경제 정책을 펼친 전직 고위 관료로서 전문성이 있는 경제 분야? 아니다. 서울 지역 맛집 165곳을 소개하는 내용의 《한 끼 식사의 행복》이다.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 전 위원장은 1969년 경기고에 입학한 이후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책에서 김 전 위원장은 52년째 서울에서 살며 단골손님을 자처하게 된 맛집을 한 쪽에 한 곳씩 소개한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든지 큰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한 끼 가격이 1만원 안팎인 곳만 선별했다”며 “맛집을 공유하며 누구나 한 끼 식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끼 식사의 행복》은 단순히 음식점의 메뉴, 맛, 위치 등 누구나 인터넷으로 찾을 수 있는 정보만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김 전 위원장은 짧더라도 소개한 음식점마다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주인의 고향은 어디인지,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 ‘내밀’한 정보를 다룬다. “서울 필동에 있는 평양냉면 맛집 ‘필동면옥’은 평양냉면 양대 계보의 하나인 의정부 평양면옥 맏딸이 하는 집”이라는 식이다.

김 전 위원장은 “수십 년간 단골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정보들”이라며 “특히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 방문해 가게 주인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단순히 맛집을 소개할 목적으로만 책을 쓴 게 아니다”고 했다. “맛있는 가게를 함께 즐기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맛집 리스트 하나 정도는 갖고 있잖아요. 제가 소개한 맛집 말고도 수없이 많은 맛집이 있을 텐데, 서로 공유하면서 맛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커지고 자영업자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법무법인 지평이 세운 연구기관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로 지내고 있다. 이곳에서 그는 한국 고대사 중심의 역사를 연구한다. 2018년엔 《김석동의 한민족 DNA를 찾아서》라는 역사서를 펴냈다. 경제 관료인데 경제 관련 저서는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김 전 위원장은 “경제를 공부할수록 기적과 같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 근원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며 “앞으로도 계속 대한민국의 근원을 찾는 역사학도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