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음주운전 엄벌한다더니…강남 한복판서 폭주해도 방관

입력 2020-12-15 15:39
수정 2020-12-16 00:49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음주운전을 경찰이 방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시민이 해당 차량번호가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2시간 넘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연시를 맞아 음주운전을 집중 단속하겠다던 경찰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8시40분께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차량에 탑승한 뒤 운전을 하는 남성 A씨가 목격됐다. A씨의 차량은 심하게 경적을 내며 ‘폭주’에 가까울 정도로 속도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을 본 B씨는 “도로 위 인근 차량이 황급히 피하고, 거리에 있던 시민들도 우왕좌왕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며 “이대로는 큰 교통사고가 나겠다 싶어 곧장 신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고한 지 2시간여가 지난 뒤에도 경찰 측에선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B씨는 “단속 여부를 물어보려고 담당인 강남경찰서 청담지구대 측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며 “‘차적 조회를 해보니 영등포구 쪽으로 간 게 확인되는데, 관할지역이 아니어서 단속이 어렵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음주운전 정황이 담긴 사진, 동영상까지 찍어 신고했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경찰의 ‘음주운전 엄벌’이 구호뿐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경찰은 지난 1일부터 음주운전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에는 경찰청 차원에서 “음주운전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며 집중단속 계획을 발표했다. 연말연시 송년회 등 술자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초기 대응이 바람직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관할구역을 넘어갔더라도 위험 상황 등을 감안해 공조 요청 등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