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내년 4월 열리는 보궐선거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입법 독재’에 이어 타당의 선거 공약까지 간섭하고 나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민석 민주당 더케이(K)서울선거기획단장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부동산 문제로 승부를 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국민 혼란만 초래한다”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나치게 문제시하는 것에 대해 자제하고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보궐선거를 앞두고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야당에 자제를 촉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 사건에 연루되면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민주당이 불리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연이은 부동산 실책으로 최근 지지층마저 이탈하자 궁여지책을 꺼내들었다는 평가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나온 부동산 관련 발언도 문제 삼았다. 김 단장은 “국민의힘에서 공공 임대를 비하하고, 국회의 단계적 이전을 계기로 국회 부지에 아파트 10만 가구를 짓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선거를 앞두고 과도하게 부동산에 치중하다 보니 평상심을 잃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내년 선거를 부동산 정책만으로 승부하는 것은 패착일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비판을 받는 것이 정략적으로 보면 민주당에 이득이 될 수 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선 좋지 않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 같은 발언에 도를 넘은 간섭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했고, 여당이 ‘임대차 3법’ 등을 독단적으로 강행 처리하면서 역대급 전·월세난을 불러왔다”며 “실책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비판도 받지 않겠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약점으로 꼽히던 부동산 문제를 먼저 꺼내든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내년 선거를 ‘민주당의 성추문 선거’가 아닌, ‘부동산 선거’로 판을 바꾸려는 게 전략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내놨듯이, 선거 직전 ‘수도권 대규모 아파트 공급책’을 내놓으며 판을 뒤집을 가능성도 예상된다.
한편 민주당은 이르면 이번주 보궐선거에 대한 당내 경선 룰을 확정할 방침이다. 권리당원 투표 50%,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한다는 틀 안에서 여성 가산점제 등 현행 경선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말 후보 공고를 하고, 2월 초 경선을 거쳐 늦어도 내년 설 연휴 전에는 후보 선정 작업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