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석탄 실린 배 50척, 두달째 바다에 '둥둥' 떠있는 까닭

입력 2020-12-15 15:31
수정 2021-03-15 00:03


중국 정부가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주 석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촉발된 중국과 호주의 갈등이 겉잡을 수 없이 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호주산 석탄의 수입 금지 조치를 공식화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12일 호주를 제외한 국가에서 수입되는 석탄의 통관 절차를 면제하기로 했다.

사실상 호주산 석탄을 겨냥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몽골·인도네시아·러시아산 석탄이 호주산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석탄은 호주의 핵심 수출품이다. 중국에 수출되는 호주산 석탄은 연간 140억 호주달러(약 11조5000억원)로 철광석, 천연가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중국 정부의 석탄 수입 제재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 10월 자국 항구에서 호주산 석탄의 하역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구두 조치를 내렸다. 이후 현재까지 50척 이상의 선박이 호주산 석탄을 뭍에 내리지 못한채 중국 측 항만에 발이 묶여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호주 정부는 "매우 우려스러운 소식"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사이먼 버밍엄 호주 통상투자관광부 장관은 "글로벌타임스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엄연한 차별적 무역 조치"라며 "호주 석탄 기업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중국 정부가 WTO 규칙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양국의 갈등은 지난 4월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국 정부가 호주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 중국이라는 점을 이용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 정부는 이미 호주산 소고기와 보리, 와인 등에 대해 보복성 관세를 부과했다. 또 자국민에게 호주 유학과 관광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