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공약으로 내건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물의 디지털화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은 높이는 ‘스마트 빌딩’ 관련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각광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인 CNBC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이 건물의 환경적 영향을 인식하고 기후계획 내에서 ‘지속가능한 건물’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바이든은 미국 내 상업용 건물의 70%에 해당하는 400만채를 친환경 건물로 개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신규 상업용 건물의 탄소 순배출량을 ‘0(제로)’로 만들고, 2035년에는 전체 건물의 탄소 발자국(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 총량)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국 전체 탄소 배출량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건물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건물 내 모든 에너지 사용을 추적하고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빌딩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스마트 빌딩은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을 바탕으로 건물 내 모든 지표를 모니터링 한다.
예를 들어 건물 내에 단 한 사람만이 머물고 있는 경우, 전체 건물이 아닌 해당 공간에 대해서만 자동으로 난방을 가동하는 식이다. CNBC는 “건물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환경 뿐 아니라 상당한 비용절감을 통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건물의 지속가능성이 강조되는 최근 경향과 스마트 빌딩 기술 등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건물 업그레이드를 위한 시장 규모가 생각 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BC는 이런 흐름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하니웰(Honeywell, HON)과 존슨 콘트롤스(Johnson Controls, JCI),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파리 SCHN)을 제시했다.
①하니웰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하니웰은 100년이 넘는 건물 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다. 허니웰은 지난 2월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클라우드와 머신러닝 기술에 기반해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Forge Energy Optimization’ 솔루션을 선보였다. 하니웰 빌딩 기술부문 부사장인 매니쉬 샤르마(Manish Sharma)는 “건물의 다양한 에너지 소비 패턴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거주자의 편안함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하니웰은 이번 달부터 중소형 건물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건물의 에너지 비용을 최대 30%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니웰은 12일 1.25% 오른 213.63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만 21% 상승했다.
②존슨 콘트롤스아일랜드 코크에 본사를 둔 존슨 콘트롤스는 건물의 디지털화와 관련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난 7월에는 ‘OpenBlue’라는 새 플랫폼을 출시했다. 존슨 콘트롤스의 주가는 올 들어 12% 올랐다. 리서치회사인 애틀랜틱 에쿼티는 지난 9일 존슨 콘트롤스에 대해 “2016년 타이코(Tyco)와 합병 이후 현금 창출 능력 및 대차대조표가 개선됐다”며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상향했다.
③슈나이더 일렉트릭프랑스의 에너지 관리 전문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유럽의 스마트 빌딩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물 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대표적이다.
바클레이스는 최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도시 인프라와 건물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데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리 증권거래소에서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주가는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