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은 박수로 환영했고, 야당은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탄식했다. 마침내 공수처가 출범할 것이지만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탄생 과정이 민주적이지 않아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수사기관에 필수적인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에 실패했으며, ‘부패 척결’과 ‘검찰 개혁’이라는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설치 자체가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 공수처로 정치 검찰을 견제한다고 주장하지만 공수처의 편향성과 부패는 무엇으로 감시하고 견제하느냐다. 공수처의 핵심 맹점이다. 공수처장 임기는 3년으로 국회 탄핵이 불가능하고, 수사관의 임기는 3년씩 총 9년이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관련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이첩할 것을 요구할 경우 즉각 응해야 하기에 법리상 최상위 기관이다. 과잉 수사와 기소권 남용이 발생한다면? 이렇게 견제 가능하지 않은 권력을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다.
둘째,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할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청와대 권력 집중도 과도한데 대통령이 검찰, 경찰에 더해 공수처까지 가진다면 삼권을 초월한 권력의 시작이 된다. 이제까지 헌법 개정이 이야기될 때마다 학계와 정치권 논의의 핵심은 집중된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권력을 분산하자는 것이었다. 권력의 상당 부분을 국무총리에게 넘기고 그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정부제를 도입하거나, 대통령의 권력을 원천 무력화할 수 있는 내각제 채택까지 검토했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검찰은 견제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은 강화하는 기관이 될 것을 우려한다.
공수처가 대통령이 바라는 ‘부패 없는 사회로 가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어렵다. 잘못된 부패 비리 처방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서 부패가 만연한 것이 아니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부패의 원인은 인허가권 등 권력의 집중과 과다한 규제, 그 규제를 피해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의 2019년 최상위 덴마크·핀란드·스웨덴, 하위 중국, 최하위 소말리아·북한·러시아를 보면 부패 척결을 위해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알 수 있다. 부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구조와 투명한 국가경영 시스템의 정착이다. 따라서 부패 없는 사회로 가는 근본은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권력기관의 힘을 줄여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공수처 설치가 정답이 아니라는 의미다.
야당은 공수처가 부패 척결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저버리고 정권 보위 수사기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공수처의 모델이라고 하는 중국 국가감찰위원회의 행보가 그렇다. 부패 척결을 명목으로 세워졌지만 시진핑 주석의 정적을 제거해 권력 공고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만일 공수처가 판사, 검사, 경찰 고위직, 군장성 등을 통제하고 정적을 제거하는 데 이용된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존재 의의도 잃게 될 것이다. 존재의 정당성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사라져 버린 2001년 부패방지위원회의 운명처럼 될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기선 제압에 나설 검찰이 탄생과 함께 검찰 누르기에 들어갈 공수처와 관할권 다툼으로 충돌할 가능성이다. 또 공수처의 탄생이 대결 정치를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의 구성과 활동에서 공정성, 중립성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기에 후년 대선을 앞둔 여야에 다툼 거리가 굴러들어온 셈이다. 거기에 두 기관이 기 싸움에 돌입한다면 난장의 혼돈이 연출될 것이다. 공수처 탄생과 함께 국민은 ‘검찰·공수처 동시 개혁’이라는 요구를, 야당은 ‘공수처 폐지’라는 구호를 외치는 상황이 가능하다.
공수처 탄생이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고, 부패 척결에 실패하며, 정치를 대립으로 몰고 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권력 분산이 기본이고, 국민은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원한다. 공수처 설치가 ‘검찰 개혁 실패’가 되지 않으려면 여야가 합의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 중립적인 공수처장 임명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