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본격 시작…주사기株 찔러 볼까

입력 2020-12-14 17:22
수정 2020-12-15 00:51

올 상반기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주는 진단키트 관련주였다. 코로나19 진단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 업체의 주가가 10배 이상 올랐다. 이번에는 주사기 관련주들이 들썩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주사기는 단가가 낮고, 경쟁사가 많아 진단키트만큼 수익성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8억 개 주사기 필요”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시작되면서 주사기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인구 78억 명 중 50%가 백신을 투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2회 접종을 고려하면 78억 회분의 주사기와 바늘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백신이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수의 인구가 접종을 희망할 것이며, 각종 주사기 수요도 동반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에서도 관련주 찾기에 분주하다. 지난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3월 이전 백신 접종을 시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시기를 언급하면서다. 현재 정부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4400만 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단순 계산으로 8800만 개의 주사기가 필요한 셈이다. 세운메디칼 두 배 급등세운메디칼은 주사기 관련주로 부각되면서 지난달 초 대비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했다. 3535원이었던 주가가 79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세운메디칼은 흡인기, 수액용 바늘(카테터) 등 의료용 소모품 전문 기업이다. 주사기를 제조하지는 않지만 카테터를 제조하고 있어 주사기 생산에 나설 것으로 투자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다른 관련주들은 하락세거나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실제 주사기 제조사들 가운데 상장사가 없고 개당 단가가 50원에 불과하다는 점이 이유로 분석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창메디칼, 한국백신, 성심메디칼 등 비상장사들이 주사기 생산업체로 분류되고 있다. 일동제약, 상아프론테크, 휴온스 등은 주사기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문 제조사가 아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업체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주사기 점유율이 독과점에 가깝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 주사기 제조사 벡톤디킨슨이 대표적이다. 백신 접종에 자주 쓰이는 충전용 주사기 글로벌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최근 미국 정부는 이 업체로부터 2억8600만 개의 주사기를 주문했다. 2억5600만 개가 내년 1월 공급될 예정이다.

벡톤디킨슨 주사기 사업부의 지난 3분기 매출은 4억8500만달러(약 5295억원)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한 규모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의료기기, 의료 솔루션 등 다른 사업부의 매출이 역성장해 주가가 연초 이후 10.8% 떨어진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다른 사업부가 회복하고, 주사기 매출까지 더해질 경우 주가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CNN머니에 따르면 17개 증권사가 제시한 벡톤디킨슨의 평균 목표가는 272.5달러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주가는 242.69달러다. 증권가는 소재업체 주목국내 증권사들은 주사기 몸통의 주원료인 폴리프로필렌(PP)을 공급하는 업체에 주목하고 있다. PP는 고분자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가볍고 향균효과가 있어 일회용 주사기를 만드는 데 쓰인다. 효성화학이 국내 점유율 65%로 1위, 롯데케미칼이 18%로 2위다. GS가 14%로, 세 업체가 국내 PP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PP는 고부가 제품이 아니고 경쟁사가 많아 진단키트나 라텍스 업체(장갑 소재)와 같은 가파른 실적 개선은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만 3사 중 기업 규모가 가장 작은 효성화학은 영업이익률이 최대 2%포인트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을 증권업계가 내놓고 있다. 이는 전체 매출이 10%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사기 수요가 늘어나면 PP시장에서 용도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지만 화학업체들의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