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삼성물산 등 종합상사의 주가가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주(12월 7~11일) LG상사가 27% 뛴 데 이어 국내 5대 상사에 오랜만에 외국인 수급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에 철강주, 건설주 등 경기민감업종도 최근 강세를 띤 만큼 종합상사주로도 훈풍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5대 상사주에 외국인 수급 유입LG상사는 14일 2만4750원에 마감해 지난 7일 이후 6거래일 동안 25.9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주 상승폭은 27%에 달했다. 올 10월 말까지 1만5000원 선을 못 벗어나던 주가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이달 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외국인은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8거래일 연속 LG상사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51억원에 육박했다.
삼성물산도 지난주 6.5% 급등했다. 14일 장중엔 13만2500원까지 오르며 1년 신고가를 달성했다. 삼성물산의 상승세는 기관이 이끌었다. 기관이 총 598억원어치를 사들여 순매수 종목 1위에 올랐다.
포스코인터내셔널, SK네트웍스, 현대상사에도 오랜만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다.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이들 세 종목을 약 84억원 순매수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현대상사는 지난주 9%대 뛰었고, SK네트웍스는 1.3% 상승했다. 원자재 슈퍼사이클 오나시장에서는 종합상사의 최근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이유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꼽는다. 개별 기업으로 보면 각각의 호재와 악재가 다르지만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은 자원개발 사업 분야가 핵심인 업종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철광석, 구리, 알루미늄 등 원자재가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하거나 전고점을 넘어서면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재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지속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요가 살아나고 있어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철광석과 구리 가격이 최고가를 기록하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상승장이 올 수 있다”며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다가오고 있다”고 관측했다.
최근 철강주와 건설주 등 경기민감 업종에서 강세가 나타난 것도 이 같은 원자재 가격 움직임과 경기 회복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 유가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46달러 선을 웃돌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주가 급등 LG상사…계열분리도 호재증권가에선 5대 상사 중 LG상사에 대해 최근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달 주가가 가장 가파르게 오른 종목이기도 하다.
글로벌 물동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물류 자회사인 판토스의 호실적도 기대된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판토스는 국제항공운송협회가 발급하는 의약품 항공운송품질인증을 획득한 유일한 국내 물류업체”라며 “백신 유통이 본격화하면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LG의 계열 분리 이슈도 주가엔 호재로 작용했다. LG그룹의 계열 분리 시 LG상사가 구본준 고문이 이끄는 신설 계열의 핵심 자회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사와 물류부문 비즈니스를 보유한 LG상사가 LG신설지주의 주력 자회사가 될 것”이라며 “LG신설지주가 상사의 지분율을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신산업과 M&A로 기업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