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실적 집계를 앞둔 금융지주사들이 배당금 규모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대비해 배당을 축소하고 현금을 쌓아두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배당 규모 줄여라” 압박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4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에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감원 요청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금융사들에 코로나19로 발생된 잠재적 부실에 대해 충분히 자금을 쌓았으면 좋겠다고 지난봄부터 이야기해왔다”며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놓고 적정하게 배당하면 좋지 않겠냐는 게 금융위와 금감원 생각”이라고 말했다. 금융그룹에 배당 축소를 요구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충격 여파를 가늠하기 위해 진행 중인 ‘비상시 금융그룹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금융지주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여파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들에 배당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 세계적 추세다. 은행이 부실화하고, 그 여파가 실물로 전이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보자는 취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지난 3~4월 미국, 유럽과 영국, 스웨덴, 호주 등의 금융감독기구는 금융사들에 배당과 임직원 성과급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상장사들은 최근 4~5년간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을 꾸준히 높였다. 배당 요구가 강한 외국인 지분율이 최대 60%에 달할 정도로 상승했고, 전반적인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년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배당액도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웠다. 작년 주요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5~27%로 높아졌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는 순이익(3조4035억원)의 4분의 1에 달하는 8516억원을 주주에게 나눠줬다. 코로나19와 주주 요구, 고차 방정식금융사들은 이미 예년보다 많은 대손충당금을 쌓았다고 반발한다. 주요 금융지주는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 3분기까지 작년과 맞먹거나, 소폭 넘어서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피해자에 대한 대출 만기를 연장시켜준 조치로 부실률은 낮아진 반면 ‘빚투(빚내서 투자)’와 주택경기 활황으로 대출이 증가하면서 이자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가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거셀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부 입김이 강한 은행들이 배당을 큰 폭으로 줄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나금융은 중간배당을 자제하라는 금감원 권고에도 지난 상반기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배당성향을 10~15%대로 낮추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 연말 결산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코로나19 사태의 추이 등을 보고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박종서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