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얼굴)은 14일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 또는 금지되는 경우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일인지에 대한 물음이 매우 뼈아프게 들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임대료를 받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약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통의 무게를 함께 나누고 정부 책임과 역할을 높여나갈 방안에 대해 다양한 대책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임대인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의 확산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착한 임대인 운동을 확산하기 위한 정책자금 지원, 코로나로 인한 영업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와 금융지원 확대 노력도 더욱 강화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감염병 피해 시 임대료를 일시적으로 못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해 문 대통령 발언에 보조를 맞췄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감염병 피해에 따른 차임(借賃·임대료) 특례’를 신설하는 내용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사업장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따라 집합금지 조치를 받은 경우 그 기간 임대료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임대료를 못 받는 임대인에게는 금융회사가 담보대출 이자 상환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정부·여당이 감염병 확산 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임차료 부담을 줄여주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의원의 법안과 관련, “이 의원 개인적으로 발의한 법안으로 당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차임 특례가 신설되면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시장의 균형이 깨지면서 코로나19 상황 종료 후 임대료 급등 등 예측하기 어려운 후유증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임대료를 받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인가. 아니면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임대인과 임차인을 또 편가르기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영연/조미현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