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적정가 90달러냐, 780달러냐[해외주식]

입력 2020-12-14 06:23
수정 2020-12-14 07:33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적정주가에 대해 미국 월가에서 780달러부터 90달러까지 '극과 극'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780달러는 골드만삭스, 90달러는 JP모건의 전망치다. 지난 11일 나스닥에서 테슬라 종가는 609달러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투자은행이 아닌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테슬라 주가가 2024년에 7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여기엔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 회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전기차를 만드는건 물론 장래에 완전 자율주행 기반의 택시 네트워크를 운영할 것이란 가정도 깔려 있다.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현재 테슬라 주주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다른 자동차 회사의 추종을 불허한다. GM, 포드, 도요타, 폭스바겐, BMW를 합친 것보다 시가총액이 크다. 주가수익비율(PER)은 1000배에 육박한다. 테슬라 주가는 2010년 기업 공개 후 1만8000% 올랐다. 올해에만 주가가 7배 넘게 상승했다.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올해 약 50만대로 예상된다. 작년보다 36% 늘어난 수치지만 당초 회사 목표치인 50% 증가엔 못미친다. 월가에선 올해 테슬라 매출이 26%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 주가에 대해 낙관적인 애널리스트들은 전기차 판매는 테슬라가 가진 잠재력 중 하나일뿐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테슬라에 비관적인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테슬라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는 테슬라 주가 전망과 관련해 애덤 조너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와 라이언 브링크머 JP모건 애널리스트의 시각을 소개했다. 모건스탠리는 540달러, JP모건은 90달러를 각각 테슬라의 적정가로 제시했다. 다음은 핵심 내용.

◆모건스탠리
테슬라는 휴대폰 산업에서 애플 같은 위상을. 자동차 산업에서 갖는 회사다.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되면 과거는 물론 지금도 없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때문에 테슬라의 가치는 단순히 차 판매 대수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로 평가해야 한다.

적정가치 540달러 중 254달러는 자동차 사업, 154달러는 네트워크 서비스에서의 사업 기회, 58달러는 배터리·파워트레인 공급자로서의 가능성, 38달러는 모빌리티·승차공유 사업 기회, 25달러는 보험·에너지 사업을 반영한다.

애플은 과거 PER 15배에도 비싼 회사로 보였지만 지금은 30배에도 싼 회사로 보인다. 내러티브(기업의 스토리)가 바뀌고, 비즈니스 모델이 기기와 하드웨어를 파는 회사에서 플랫폼으로 바뀌면 일어나는 일이다. 테슬라를 자동차 회사와 비교하면 안된다.

◆JP모건
투자는 결국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것이다. 테슬라의 현재 가치는 도요타와 폭스바겐을 합친 규모의 거의 2배다. 이들 두 회사는 지난해 총 2200만대의 차를 팔았고 이자·세금 전 이익이 400억달러였다.

현재 테슬라 주가엔 테슬라가 이보다 두배 수준의 이익을 내는 회사가 될 것이란 가정이 깔려 있다. 테슬라 주가가 90달러라고해도 GM보다 시가총액이 크다. GM은 한 해 600만대의 차를 팔고 테슬라는 50만대를 판다.

테슬라가 미래에는 지금보다 아주 더 큰 회사가 돼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재 주가 수준을 정당화하려면 그보다 훨씬 더 성장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테슬라 주가가 절상될 가능성보다 절하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테슬라의 기업 규모가 더 커지고 더 이익이 나더라도 주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 적어도 신규 투자자는 테슬라 주가엔 '투기적 열정'이 반영돼 있으며 주가가 감정과 심리에 영향을 받고 변동성이 매우 클 것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

테슬라의 미래는, 다른 분야도 있겠지만 주로는 자동차 회사일 것이다. 자동차 회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테슬라는 향후 10년 뒤 다임러나 BMW 수준의 규모와 이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 물론 빠른 성장과 다른 시장 기회를 고려할 때 테슬라가 지금 다임러나 BMW 수준의 주가수익비율로 거래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