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국정원법 통과

입력 2020-12-13 21:03
수정 2020-12-14 02:25

더불어민주당이 ‘174석 거대 여당’의 힘을 동원해 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로 종결시켰다.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킨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어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국회는 13일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의 필리버스터 종결안을 국민의힘·정의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찬성 180명, 반대 3명, 무효 3명으로 통과시켰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하던 필리버스터를 중간에 중지시키고 종결안을 표결에 부쳤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입장문을 통해 “국회의 시간을 더 이상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며 강제 종결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전날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서를 국회 의사과에 제출했다. 국회법 106조의 2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종결은 동의서 제출 후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 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된다. 이 조항은 2012년 일명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으로 도입된 뒤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다.

국회는 필리버스터가 강제 종결되자 즉시 국정원법 개정안 표결에 나섰다. 개정안은 국정원의 국내 대공수사권을 2024년부터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국정원법은 재석 187명 중 찬성 187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이후 상정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태영호 의원을 시작으로 필리버스터를 재개했다.

국민의힘은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린 지난 10일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통과시킨 뒤 국정원법 개정안 등 남은 쟁점 법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사흘 만에 돌변했다.

임도원/고은이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