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은퇴자가 많다. 주 수입원이 각종 연금과 월세인데, 내야 할 세금이 늘어 생활비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영향으로 집을 담보로 맡기고 국가로부터 매달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보유세와 임대소득세를 줄이고 월세보다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고가 주택 보유자로 가입 기준이 확대된 것도 주택연금이 주목 받는 이유다.
하지만 주택연금은 가입 시점 기준으로 집값과 연금액을 결정해 나중에 집값이 오르면 그만큼 손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주택연금이 월세보다 실수령액 더 많아주택연금은 부부 중 한 명이 만 55세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원래 시가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로 가입 대상이 한정돼 있었지만 지난 8일부터 공시가격 9억원(시가 12억~13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다주택자도 주택 합산가격이 9억원 이하면 이용할 수 있다.
연금액은 나이가 많고 집값이 높을수록 늘어난다. 대다수 가입자가 선택하는 종신지급방식, 정액형 기준으로 만 60세, 주택 시가 9억원이면 한 달 187만1000원이 나온다. 작년보다 올해 8만4000원 올랐다. 같은 주택 가격에 70세면 272만원, 80세는 327만1000원이다. 가입 가능 주택이 확대됐지만 지급액은 9억원 기준이 상한이다. 시가 12억원 주택 보유자도 시가 9억원 기준으로 주택연금을 받는다는 의미다.
그래도 월세 수입보다 주택연금 실수령액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살던 집에 월세를 주면 본인은 다른 집을 구해 전월세를 살아야 한다. 그 비용을 빼면 월세 순수입은 가능한 월세액의 절반 안팎일 수 있다. 자녀 집에 함께 산다고 가정해도 서울의 실거래가 12억원 아파트의 월세는 주택연금 수령액에 못 미치는 138만원 정도다. 지난달 기준 서울 지역의 평균 전세가율(55.5%)과 정부의 전월세 전환율(2.5%)을 적용한 수치다.
현재 서울 내 시가 12억원 아파트의 월세 시세(120만~200만원)와 비교하면 경우에 따라 월세가 주택연금보다 많을 수 있다. 하지만 세금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월세 150만원, 보증금 5000만원이라면 임대소득세가 98만원 부과된다.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월 167만원) 이하는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니었지만 올해부터 납부 의무가 생겼다. 세금을 뺀 연간 실제 수입이 약 1700만원(미등록임대사업자 기준)이다. 같은 주택으로 주택연금을 받으면 60세는 연 2245만원. 주택연금이 500만원 이상 많다. 주택연금 수령액에선 소득세를 떼지 않는다.
월세가 167만원 이상이면 종합소득과세 대상이라 세 부담이 더 커진다. 다른 소득 없이 월세 200만원(보증금 5000만원 기준)인 부부라면 종합소득세가 215만원이다. 임대소득이 2400만원이지만 세금을 빼면 2185만원이 남는다. 역시 주택연금보다 적다. 주택연금, 집값 상승 땐 불리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보유세도 아낄 수 있다. 공시가격 5억원 이하분 재산세를 25% 깎아준다. 5억원 초과 주택도 5억원에 해당하는 재산세는 경감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최대 17만원까지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주택연금도 주택담보대출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연금 지급 기간에 이자를 낼 필요가 없고 사망 이후 정산 때 차감한다. 지급 기간 중엔 오히려 이자비용을 소득공제해준다. 한도는 연 200만원이다. 국민연금 사적연금 등 다른 연금소득에서 이자비용만큼 공제한 뒤 소득세를 매기는 식이다.
사망 이후 자녀들의 상속세 부담이 커질까봐 걱정하는 부모한테는 주택연금이 절세 수단이 될 수도 있다. 9억원 주택을 20년 뒤 자녀에게 상속할 때 15억원이 됐다고 가정하면, 상속세는 약 2억3100만원 부과된다. 하지만 이 사람이 60세부터 20년간 주택연금을 받고 사망하면 상속재산이 10억5100만원으로 줄어든다. 상속재산에서 연금 지급액이 차감되기 때문이다. 이때 상속세는 약 1억원이다. 이자비용, 보증료 등 정산까지 고려하면 상속세는 좀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향후 집값이 상승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주택연금은 가입 시점 기준으로 집값과 연금액을 산정해 그만큼 손해를 본다. 집값이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주택연금을 중도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수령액과 가입비처럼 낸 초기보증료(주택가격의 1~1.5%)를 차감하고 돌려받는다. 향후 3년간 주택연금에 재가입할 수도 없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중도해지하면 손해를 많이 보기 때문에 자신이 보유한 주택 가격 또는 월세가 많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면 주택연금 가입보다 집을 계속 보유해 양도차익 등을 거두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