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영하 85도 보관이 가능한 의약품 전용 창고를 비워놨습니다.”
김진하 한국초저온 대표(사진)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텍, 미국 모더나 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초저온은 영하 70도 이하의 저온에서 의약품을 보관할 수 있는 전용 창고를 보유한 국내 유일한 회사다. SK(주)가 한국초저온 지분 100%를 보유한 벨스타수퍼프리즈 지분 20%를 가진 2대 주주다.
이날 방문한 9만2500㎡ 규모의 경기 평택 오성산업단지 저온물류센터는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는 전용 도크를 통해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상·하차 과정에서도 초저온 보관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물류센터는 세 개의 건물이 각각 상온·냉장·냉동 제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쓰인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냉동 전용 창고. 이 안에는 1785㎡ 크기의 초저온 저장실 세 곳이 마련돼 있다. 김 대표는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백신을 종류별로 나눠 담을 수 있다”며 “일반 백신 기준으로 7500만 개를 저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텍과 모더나,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을 각기 다른 방에서 다른 온도로 보관할 수 있다는 게 한국초저온의 설명이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에서,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 정도에서 보관해야 한다. 아스트제네카 백신은 영상 2~6도면 된다.
김 대표는 수입된 백신이 물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에서 배포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은 미국 미시간주 캘러머주에 있는 화이자 생산시설에서 특수 용기에 담겨 출고된다. 드라이아이스가 담긴 특수 용기는 저온 상태로 최장 10일간 보관할 수 있다. 한국에선 이를 특수 용기에서 빼내 일정 시간 보관한 뒤 한국의 각 의료기관에 배포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엄격한 통제와 배송 작전 하에 물류 허브에서 대형 병원과 보건소 등 약 260개로 예상되는 백신 접종 장소에 분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초저온은 정부와도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연간 저온 창고 사용 비용과 보관 가능 여부 등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하고 나르기 위한 전용 엘리베이터와 통로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초저온은 한국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를 활용해 초저온 환경을 조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LNG를 들여온 뒤 이를 기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영하 162도의 차가운 공기를 냉매와 섞어 초저온 환경을 조성한다. 여기서 나오는 LNG 기체는 전기로 전환해 판매한다. 전기 냉장 방식 대비 전기요금을 최대 7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전기 냉장·냉동은 온도를 영하 60도까지만 낮출 수 있다”며 “온도가 불안정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LNG 방식이 세계적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냉동 차량을 보유한 유통업체들과도 긴밀히 협의 중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