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디지털 시대의 천재 꼰대들

입력 2020-12-13 16:30
수정 2020-12-14 00:10
영화 ‘리미트리스’에서 브래들리 쿠퍼는 알약 하나로 초인적인 기억력과 판단력을 갖게 된다. 코로나19로 예측 불가능성이 극에 달하는 요즘, 디지털과 관련해 쏟아지는 지식들을 보면 그 알약이 내 손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지만 고대 인류가 보기에 우리는 이미 ‘지식의 알약’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고대 1000년에 걸쳐서 축적된 지식을 한 권의 전자책 1시간만 읽어도 획득할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을 보면 그렇다.

인류의 성장을 돌아보면 그 배경에는 어김없이 지식의 축적과 집단지능의 발전이 있었다. 지식의 축적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늘어났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바라봤을 뿐’이라며 선지자들의 지혜에 큰 은혜를 입었다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말이다. 기업의 임원 자리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30년 배운 경험으로 10년 경험자를 리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동안 축적한 경험만으로 “나 때는 말이야”라고 쉽게 말하기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이제는 나이보단 새로운 지식을 꾸준히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적 호기심과 사고의 유연성이 더 중요해졌다. 지적 호기심은 성장의 양분과도 같아서, 호기심의 문을 닫아버리면 과거에 그대로 멈춰버리고 만다. 말 그대로 꼰대가 되는 것이다. 20대에 지적 호기심을 닫아버리면 20대에 꼰대가 되고, 70대에도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을 갖고 있으면 꼰대가 아니다. 꼰대는 나이 많은 이가 아니라 지적 호기심과 사고의 유연성을 잃어버린 고집 센 사람을 일컫는다. 자기의 관점을 강화시킬 증거를 끊임없이 수집해 이론과 증거로 무장한 천재 꼰대도 탄생할 수 있다.

‘탈(脫)꼰대’를 위한 지식의 알약을 처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정답은 꾸준한 지적 호기심으로 변화의 흐름을 배우고, 논리적이며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다. 남의 의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유연한 사고방식도 매우 중요하다. 직장에 다니거나, 전문직으로 활동하거나, 창업을 하더라도 이 논리적·창의적 사고는 꾸준히 개발돼야 한다. 물론 연륜에서 나오는 경험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영화 ‘인턴’에서 나오는 것처럼 20대 최고경영자(CEO)와 70대 인턴도 서로의 경험과 기술적 변화의 흐름을 배우고 존중하며 발전해나가야 한다.

이 시대 리더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또 어떤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리더가 피상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외치는 경우가 있다. 디지털을 중심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관련 지식이 부족한 리더는 조직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다. 디지털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며 이와 관련해 앞으로 무궁무진한 기회가 찾아올 것이기에 리더는 학습, 경험, 훈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이루려면 디지털 리터러시(이해능력)가 매우 중요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