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앉자마자 압도"…4억짜리 디스플레이 직접 보니 [배성수의 다다IT선]

입력 2020-12-12 07:00
수정 2020-12-12 13:15

지난 9일부터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선 '한국판 소비자가전전시회(CES)'라 불리는 '한국전자전'이 열렸습니다.

올해로 51주년을 맞이한 한국전자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전자·IT 전시회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크고 작은 업체 및 기관 300여곳이 모여 각자의 최신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행사 둘째날인 지난 10일 찾은 한국전자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입구부터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관람객들은 거의 볼 수 없는 대신 IT업계 관계자들만이 눈에 띄었습니다. 주최 측은 이번 전시회를 열면서 관람객 수를 시간당 최대 650명 선으로 유지하고, 비즈니스 관계자를 우선 입장시킨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손 소독 후 비닐장갑을 끼고 발열 체크, QR코드 체크인, 전신 바이러스 살균 등 사전 방역을 모두 마친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을 둘러보니 관람객뿐만 아니라 참가 기업 수도 예년에 비해 줄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관람객들이 몰리는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였습니다.

그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양사가 최근 선보인 초고가 가정용 TV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110형 '마이크로 LED TV'를 전시했는데요, 가격은 무려 1억7000만원입니다. 웬만한 외제차 한 대와 맞먹는 가격입니다.

'이 비싼 TV를 누가 살까?'라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화질 만큼은 4K급임에도 압도적이었습니다. 마이크로 LED TV는 마이크로미터(㎛·1㎛는 1000분의 1㎜) 단위의 초소형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액정표시장치(LCD)의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같은 구조를 없앤 '자발광 TV'입니다.


빨강·초록·파랑(RGB)의 3원색을 내는 LED 소자로 만든 마이크로 LED 하나하나가 화면 화소(픽셀)가 되는 것인데요. 쉽게 말하면 기존 디스플레이와 달리 800만개가 넘는 RGB 소자가 '빛과 색'을 모두 스스로 내기 때문에, 모든 색상을 실제에 가깝게 표현해 내는 것입니다.

마이크로 LED TV는 모듈형입니다. 110형 모델은 약 8인치 크기의 모듈 200개를 이어 붙여 만듭니다. 그럼에도 제품을 실물로 보면 모듈을 이어 붙인 흔적은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또 같은 자발광이지만 유기물 소재를 탑재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과 달리 마이크로 LED TV는 수명이 10만 시간에 이르는 무기물 소재를 채택해 화질 열화나 '번인' 걱정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LG전자도 '억' 소리 나는 TV를 전시했습니다. 출고가가 1억원으로 책정된 OLED 디스플레이가 돌돌 말렸다가 펼쳐지는 세계 최초 롤러블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 65형을 내놓은 것인데요. LG전자는 전시장에 비치된 3대의 TV가 번갈아가면서 펼쳐지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은 화면이 말려 들어가는 정도에 따라 기존의 정형화된 TV 폼팩터(특정 기기형태)로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한 게 특징입니다. 전체 화면을 시청할 수 있는 '풀뷰'와 화면 일부만 노출되는 '라인뷰', 화면을 완전히 없애주는 '제로뷰' 등을 지원합니다.

LG전자는 이와 함께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제품인 163형 크기의 'LG 매그니트'도 선보였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처럼 가정용 TV가 아닌 기업 간 거래(B2B)에 쓰이는 상업용 디스플레이입니다. LG 매그니트의 출고가는 163형 크기 기준 무려 4억원 수준이라고 매장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 마이크로 LED TV가 벽을 가득 채운 느낌이었다면 LG 매그니트는 그 자체로 벽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앞의 소파에 앉아서 보니 '전면 블랙 코팅'을 적용해 더 깊어진 검은색 표현과 뚜렷한 명암비, 뛰어난 화질 등이 돋보였습니다.

이 외에도 LG전자 부스에선 '커넥티드 카'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독자 개발 차량용(IVI) 플랫폼 '웹OS 오토'를 적용한 커넥티드 카는 상용화된 차량이 아닌 미래형 차량의 콘셉트 모델인데요.

해당 차량에는 다양한 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대형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는 물론 옷을 관리할 수 있는 스타일러와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소형 냉장고 등 다양한 LG 가전 제품이 탑재된 게 특징입니다. 단순히 이동 수단으로 이용됐던 차량이 향후에는 '내 집'에 있는 것처럼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게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외에도 이번 한국전자전에선 자율주행 등 차세대 모빌리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로봇 등과 톡톡 튀는 스타트업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집약된 여러 기술들이 전시됐습니다.

올해 한국전자전은 코로나19 속에서 참가 업체가 크게 줄어 볼거리가 예년에 비해 많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각종 모임·행사 규모가 50명 미만으로 제한됐으나 전시회는 '50명 집합금지'에서 예외이기에 이번 행사가 개최될 수 있었다고 현장 전시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다만 일부 중소 IT 업체들은 '이런 기회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입니다. 코로나19로 여러 전시회의 개최 일정이 미뤄지거나 아예 취소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한국전자전으로 인해 현장에서 비즈니스 관계자들을 만나고 제품을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