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거리두기 대응 수준을 높였지만, 국민의 이동량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로감이 높아져 고강도 방역 대책도 더 이상 듣지 않았다는 의미다. 연일 확진자가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수도권 병상은 포화상태다. 방역당국은 공공병원 병상 1000개를 추가로 가동키로 했다. 거리두기 격상에도 이동량 그대로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과 9일 전국 이동량(SK텔레콤 기준)은 각각 2845만 건과 2864만 건으로 1주일 전인 1일 2891만 건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정부는 8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수도권 외 지역 2단계를 시행했다. 수도권은 대형마트 등도 저녁 9시 이후 문을 닫는 고강도 방역조치다. 지난달 24일부터 2주간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했지만 확진자가 줄지 않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동량은 더 이상 줄지 않았다. 수도권 외 지역의 8일 이동량은 1292만 건으로, 1.5단계를 시행하던 1주일 전 1289만 건보다 오히려 늘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 지역사회 감염이 곳곳에 산재해 거리두기 2단계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동량 감소도 정체되는 양상”이라고 했다.
의료계 등에서는 거리두기 마지막 단계인 3단계 조치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수시설 외에는 모두 닫는 사실상 ‘경제 활동 셧다운’ 조치다. 윤 반장은 “지금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3단계 상향 조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사회경제적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정부 “공공병상 1000개 추가 확보”
코로나19 환자는 겨울 대유행 이후 연일 최고치로 치솟았다. 지난 10일 확진자는 689명으로, 2월 28일(909명)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수다. 집단 감염이 늘면서 하루 검사 건수도 3만 건을 넘었다. 서울은 1만4076건으로 역대 최대다.
국내 의료기관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받고 있는 환자는 9057명으로,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많다. 중환자가 바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전국 52개, 수도권 8개밖에 남지 않았다. 전국 입원 가능한 병상은 10일 기준 1751개, 수도권은 493개다. 생활치료센터는 전국 2030명, 수도권 1299명이 추가로 입소할 수 있다. 매일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체계가 붕괴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코로나19 전용병원(코호트 병원)을 지정해 수도권부터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수도권 공공병원에서 병상 1000여 개를 추가로 확보키로 했다. 생활치료센터는 11일 서울 4곳, 경기와 인천 각각 1곳 등 6곳을 추가해 입소 가능한 인원을 1048명 늘렸다. 다음주에는 중수본에서 운영하는 1000여 명 규모 생활치료센터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역학조사를 위한 군인, 경찰, 공무원 등 810명도 수도권에 추가 파견했다. 경기 지역의 한 민간병원과 정부 산하 공공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병원 전체나 한두 개 병동을 비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