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조카가 토하는 바람에 제가 목욕을 시켰는데, 이게 성추행인가요?"
최근 각종 SNS에 조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이른바 '조카바보'임을 인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조카바보'란 조카밖에 모르고, 친자식처럼 조카를 사랑한다고 해서 등장한 신조어다. 30대 남성 A 씨도 '조카바보'다.
A 씨는 결혼한 형이 낳은 6살, 4살 남매가 예쁘고 사랑스러워 심지어 형 집 근처로 이사까지 했다.
"제 눈에만 예쁜 건지 모르겠지만 첫 조카이고 해서 너무 예뻐요. 자주 보고 싶어서 이사도 했죠. 혹여나 형수님이 불편해하실까 봐 조카들과 놀다가도 저녁엔 약속 있다고 피해드리고 있어요."
집안 행사가 있을 땐 형 가족들이 A 씨의 집으로 왔다. A 씨는 조카가 마음껏 뛰어놀기 바라는 마음에 연립 1층으로 이사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여자친구와 데이트가 없을 땐 주로 조카들과 A 씨 집에서 있었다. 그는 "두 아이는 저와 노는 걸 정말 좋아해서 정말 단 1초도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솔직히 남녀 구분 없이 몸으로 놀아줬다"고 말했다.
어느 날 조카들은 A 씨 집에서 자기로 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A 씨 홀로 맥주 한 잔 하고 있는데 방에서 여자 조카가 기침하며 울고 있었다. 저녁 먹은 것이 체했는지 구토를 한 것이다.
A 씨는 급한 마음에 형수에게 전화할까 하다가 조카가 안정이 된 듯하여 급한대로 옷을 벗겨 토사물 묻은 곳만 비누칠 해서 닦아 줬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니 아이가 속옷과 내복을 스스로 입었다.
놀란 아이를 토닥토닥해서 재웠고 다음날 형수에게 전화해 지난밤 이야기를 말했다.
A 씨 집으로 달려온 형수는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우더니 조카들을 데리고 굳은 표정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날 이후부터 조카들과 함께하는 A 씨를 보는 형수의 표정이 이상했다.
A 씨는 형의 전화를 받았다. "네가 OO이 목욕시킨 일로 와이프가 좀 예민한 것 같아. 네가 이해해 줬으면 해. 당분간만 집에 오지 마."
속상한 마음에 여자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니 "아무리 조카라도 6살 여자아이를 홀랑 벗기고 씻기는 건 말이 안 된다. 아이도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건 성추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 불가다. 여조카를 목욕시킬 상황이면 형수님이나 형님을 불렀어야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억울했다. 내 아이처럼 아끼고 사랑했는데 성추행이라니. 그는 "삼촌이 조카 목욕시킨 게 성추행인가?"라고 토로했다.
7살 여자아이를 키우는 한 네티즌은 "지금 여기서 가장 잘못된 사람은 형수"라며 "삼촌이 한 일이 기분이 나쁘다면 애초에 재우지를 말아야 한다. 자다가 토하는 일은 아이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애를 재워도 될 만큼 삼촌을 믿었다면 이번 일에 기분 나빠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쓴이도 이번 일을 계기로 조카 챙기는 것 그만하라. 그렇게 애들과 힘들게 놀아줘도 돌아오는 건 이런 시선들 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와, 필요할 때는 실컷 맡겨두고 이걸 성추행으로 몰다니. 나 같으면 연 끊었을 것", "형수는 A 씨가 토한 아이 대충 닦이고 그냥 재웠어도 욕했을 듯", "세상이 아무리 흉흉하다하지만 토한 애를 씻기지도 않고 재웠어야 하나. 애 봐줄 땐 고맙다 눈 인사나 하면서 수 틀리면 파렴치한으로 모니 삼촌이 심란할 만 하다. 그리고 여자친구는 감싸줘도 모자랄 판에 상황도 모르면서 성추행이라니, 헤어지는 게 답일 듯"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함께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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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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