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문을 연 계산시장은 인천 계양구 일대에 들어선 첫번째 전통시장이다. 인천 1호선 경인교대역까지 걸어서 다닐 만큼 가깝고 아파트, 다세대주택 등이 밀집한 주거지 한 가운데 자리해 지난 40여 년간 지역 주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져왔다. 이 시장은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30~40대 청년 상인이 많은 게 특징이다. 상인회 임원진도 40~50대를 주축으로 구성했다. 구성원들의 연령대가 비교적 젊은 만큼 변화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거부감도 적은 편이다. 하지만 계산시장은 2002년 아케이드 설치 사업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사업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시장 환경 개선과 콘텐츠 생산이 정체되다 보니 오랜 기간 계산시장을 찾던 단골손님들도 하나둘 인근의 계양산전통시장, 작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던 터였다. '사장님의 금바구니'로 배출 2.5배 쑥계산시장은 2018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특성화 첫걸음시장' 대상으로 선정되며 전환점을 맞이했다. 특성화 첫걸음시장은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 자원 등과 연계한 전통시장 고유의 특성과 장점을 살린 볼거리, 즐길 거리, 먹거리 등을 발굴하는 사업이다. 계산시장은 카드결제 및 부가세 관련 결제 편의사업, 위생청결사업, 상인공동체 동아리 및 상인 심리치료 등 상인조직 역량 강화, 시장안전관리사업 등을 특성화 첫걸음시장 사업으로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문화·관광자원을 연계해 시장 고유의 특장점을 집중 육성하는 상인중심 프로젝트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30대 초반의 여성 상인인 박가나 씨가 계산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30~50대 젊은 상인을 주축으로 한 전통시장 환경 개선 사업이 이곳에서 활기를 띠고 있다.
매주 금요일 점포별 한 가지 상품을 돋보이게 진열하는 '사장님의 금 바구니'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으로 마련된 계산시장의 대표적인 콘텐츠다. 상인들이 생각하기에 손님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상품, '이런 제품도 한번 사봤으면' 하는 상품을 등나무 바구니에 담아 상품과 점포의 특징, 상품의 스토리를 함께 엮어 홍보한다. 전체 120개 점포 중 65개 점포가 사장님의 금 바구니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계산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사장님의 금 바구니 홍보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평균 2.5배 이상 매출이 높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매주 금요일마다 더 좋은 상품을 소개하기 위해서 더 맛있고 신선한 과일을 준비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근거리 배송서비스도 시작올해 초 신종 코로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계산시장의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상인회는 고객이 안심하고 시장을 찾도록 안전한 시장 환경 구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매일 오후 2시에 시장 전체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 시장 곳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지자체의 협조를 받아 구간별로 방문고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계산시장은 최근 전통시장 전용 모바일 앱 '놀러와요 시장'에 가입해 근거리 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와 라이브커머스에도 진출해 코로나19로 급부상한 비대면 경제에 대응하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 계산시장의 '마라탕 세트'는 완판되며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계산시장 상인회는 모바일온누리상품권 보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모바일온누리상품권은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모바일 결제 방식인 데다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방지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상인회는 육성사업단과 함께 각 점포를 방문해 가입을 권유하고, 활용 방법을 1대1로 교육하고 있다. 현재 계산시장 전체 점포 중 88% 이상 점포에서 모바일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다. 박가나 육성사업단장은 "우리 시장은 젊은 상인들이 많다 보니 다른 시장보다 모바일온누리상품권 도입에 대해 거부감이 적다"고 강조했다.
최형우 상인회장은 "계산시장은 사업단장의 젊은 감각과 유행에 민감한 청년상인 그리고 전통을 중요시하는 나이 지긋한 상인분들까지 시장을 구성하는 모두가 단합해 새로운 시대에 대응해나가고 있다"며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지속해서 구축하고 있어 온·오프라인을 통해 믿고 찾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