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 코로나 파산위기 외식기업 '줍줍'

입력 2020-12-11 11:50
수정 2021-03-11 00:0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외식업계에서 발을 넓히려는 사모펀드나 브랜드 운용 대기업에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미국 CNBC의 분석이다.

최근 미국 등에선 봉쇄조치로 경영에 있어 치명상을 입은 레스토랑·패스트푸드 체인을 사모펀드 등이 헐값에 인수합병(M&A)하는 사례가 늘었다. 지난 1일 미국레스토랑협회에 따르면 전미 레스토랑 중 약 17%가 완전히 문을 닫았거나 장기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올들어 미국 외식업계에서 일어난 주요 M&A는 대부분 파산보호신청을 한 중소규모 외식기업을 사모펀드가 사들이는 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7월엔 외식·접객분야 전문 사모펀드 하겟헌터가 파산 상태인 텍사스 기반 외식체인 트루디스를 650만달러(약 7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트루디스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분의1 수준으로 줄어있었다.


같은달 투자기업 소트리스홀딩스는 밤부스시를 200만달러(약 21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5월 밤부스시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지 두 달만이다. 밤부스시는 작년엔 매출이 전년대비 35% 급증한 등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승승장구했지만, 코로나19 봉쇄조치 이후 현금흐름이 막혀 경영난에 시달렸다.

지난 5월엔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가 로건스로드하우스, 올드시카고 등 여러 외식 브랜드를 산하에 둔 외식기업 크래프트웍스를 9300만달러(약 1010억원)에 인수했다. 크래프트웍스는 미 전역에 330여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아 지난 3월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직원 1만8000명을 해고한 상태였다. 당초 인수가액으로 1억3800만달러를 제시했지만 최종 합의된 금액은 9300만달러로 몸값이 30% 이상 낮아졌다.

이 시기 남미에서 주로 투자를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기업 GP인베스트먼트는 푸드퍼스트글로벌을 3000만달러(약 330억원)에 M&A했다. 푸드퍼스트는 코로나19 이후 문을 연 매장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뒤 파산보호신청을 한 상태였다.

지난 10월엔 미국 외식업계 역대 두번째로 규모가 큰 M&A 거래도 나왔다. 사모펀드 로어크캐피탈이 기존에 보유 중인 인스파이어브랜즈를 통해 던킨브랜즈를 113억달러(약 12조2810억원)에 인수했다. 인스파이어브랜즈는 산하에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다섯 개를 두고 있고, 던킨브랜즈는 던킨·배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한다.

양측은 인수 협상을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했지만 이후 던킨의 매출 감소 등을 고려해 세부 내용을 다시 짠 것으로 알려졌다. 폴 브라운 인스파이어브랜즈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이후 던킨 매출의 핵심인 아침식사 메뉴 판매가 급감한 탓에 협상이 일부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로어크캐피탈은 지난 4월엔 디저트 프랜차이즈인 치즈케이크팩토리도 인수했다.

이같은 M&A는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시장 환경에서 현금흐름을 개선하려는 시도다. 정상적인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와중이라 소규모 외식기업은 오래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M&A를 통하면 일부 매장 수익금을 모아 위기를 버틸 수 있다.

사모펀드 입장에선 이름난 외식 브랜드를 저가에 모아 코로나19 이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다. CNBC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외식기업 가치는 지난 10년 평균치 대비 약 13% 낮아졌다. CNBC는 “요즘 외식업계 M&A시장은 ‘인수자 우위’ 분위기가 뚜렷하다”며 “전례를 볼 때도 경제위기 이후 외식업계가 활발히 살아난 만큼 향후 외식업계에서 발자취를 넓히려는 기업이 더 많은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런 사례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외식기업의 부채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전에도 이미 부채가 급증한 상태였다. 캐피털IQ에 따르면 패스트푸드·패스트캐주얼 외식업계는 2009년부터 2019년 말까지 부채가 거의 네 배로 늘었다. 정식 외식업계 부채는 동기간 부채가 30% 늘었다. 여기다 코로나19로 대부분 음식점이 일시 폐쇄를 거치면서 빚이 더 가중됐다.

컨설팅기업 앨랙스파트너스는 “미 외식산업 부채 규모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며 “당장 식당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 매출이 확 늘지 않는 한 대부분 외식 기업이 채무 재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고, 이때문에 파산보호신청을 한 외식기업 M&A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 라보뱅크는 “매출이 심하게 악화된 외식기업들이 통합에 나서면서 업계 M&A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