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초선 58인 전원 필리버스터 '총력투쟁'…"한번 해보자"

입력 2020-12-11 16:11
수정 2020-12-11 16:17

국민의힘 초선의원 58명 전원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참여하기로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처리 후 무제한 토론 종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돌연 입장을 바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필리버스터 총력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여당과 문재인 독재 권력은 오직 180석의 힘을 믿고 민의의 전당에서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모든 법안을 독식하고 있다”며 “권위주의 독재시절보다 못한 상황을 참을 수 없다”며 전원 참여 배경을 밝혔다. 지난달 27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추미애-윤석열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촉구를 위해 ‘1인 릴레이’ 시위를 했던 초선 의원들이 이제는 국회에서 대여 투쟁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날 무제한 토론을 위해 연단에 선 초선 김웅 의원은 “공수처는 인류가 2000년에 걸쳐 피를 흘리고 희생하며 쌓아온 권한 분산의 형사소송 절차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형사 소송에서 중요한건 여당이 말하는 ‘정의’의 관념이 아니라 ‘절차’”라며 “어떤 방식이든 한사람이 쥐고 흔들 수 있는건 권한 분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정원법에 대한 허점을 밝히겠다며 연단에 오른 초선 조태용 의원은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은 출발부터 잘못됐다”며 “이관을 하는 국정원도, 받는 경찰도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어떻게 하면 북한 간첩을 가장 잘잡느냐가 아니라 오로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밖으로 꺼내려고 하는 것”이라며 “여당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리버스터 정국은 12월 내내 이어질 예정이다. 재선 이상의 의원들 역시 참여를 조율하고 있어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석수에 밀려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야당으로서는 무제한 토론에 ‘올인’ 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메시지를 직접 국민에게 전달 할 수 있는 수단을 쉽게 놓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자연스레 필리버스터 관련 ‘최장’ ‘최다’ 기록들이 깨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이전 최장 기록은 2016년 민주당이 주도한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로 192시간 25분동안 진행됐고, 의원은 최다인 38명이 참여했다. 개인 최장 기록은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으로 12시간 31분이다. 초선 박형수 의원은 “(발언 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고 했고, 조명희 의원은 “민주당에서 무한정해도 된다는 식이어서 최선을 다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