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프린터, 레이저 수술, 레이저 무기 등 널리 쓰이는 레이저…빛을 증폭시켜 얻은 직진성과 높은 에너지를 활용

입력 2020-12-14 09:00
'레이저'라는 용어를 이제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레이저 포인터, 레이저 프린터, 레이저 마우스 등 간단 생활 도구에서 시작해 계산대에서 사용하는 바코드 스캐너, 안과·피부과 등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레이저 치료 도구, 대형 공연장에서 사용하는 현란한 레이저 쇼, 사무실에서 종이류를 절단하는 레이저 커터, 철을 정교하게 자르는 공업용 레이저 절단기, 날아다니는 드론도 떨어뜨리는 레지날아다니는 드론도 떨어뜨리는 레이저 무기 등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많은 곳에서 레이저를 사용하고 있다.

레이저가 무엇이기에,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을까. 레이저 원리는 빛의 유도 방출
레이저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모든 물질은 특정한 에너지 준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질은 어느 에너지 상태에서 다른 에너지 상태로 이동이 가능한데,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만큼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흡수하거나 외부로 방출하게 된다.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방법 중 하나가 빛이다.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로서 광자(빛 입자라는 뜻)라고 불리는데, 광자 하나는 빛의 진동수에 비례하는 에너지를 갖는다(E=hf). 외부에서 쪼여지는 빛의 에너지가 물질의 에너지 상태 차이와 같으면, 물질은 바닥 상태에서 들뜬 상태로 이동이 일어나며 빛을 흡수하게 된다(그림 1(가)). 반대로 들뜬 상태에 있는 물질은 저절로 바닥 상태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만큼의 빛을 방출하게 된다(그림 1(나)).

아주 특별한 경우로 물질이 들뜬 상태에 있을 때 외부의 빛이 물질에 쪼여지면, 물질은 바닥 상태로 이동하게 된다(그림 1(다)). 그런데 이때 물질은 에너지가 낮아졌기 때문에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만큼 빛으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그 결과 한 개의 빛 입자가 물질과 충돌해 두 개의 빛 입자가 생성된다. 이런 현상을 유도 방출(stimulated emission)이라고 한다.

유도 방출의 결과는 빛 입자 수가 두 배로 증가한다는 놀라운 현상과 더불어 유도 방출된 빛 입자는 쪼여진 빛과 동일한 에너지를 갖고 파동의 위상과 진행하는 방향도 같다. 이 현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 레이저(LASER)로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첫 글자를 모은 용어다. 직진하는 성질을 활용
유도 방출의 특성 중 하나가 방출된 빛의 진행 방향이 쪼여준 빛과 같은 방향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특성으로 레이저에서 방출된 빛은 랜턴 빛과 달리 퍼짐이 적어 직진성이 뛰어나다. 레이저 포인터는 이런 성질을 이용한 대표적인 제품으로 강의를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중의 하나가 됐다. 마트에서 바코드를 읽는 기계를 잘 관찰하면 붉은색 빛줄기가 복잡하게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빛줄기도 레이저에서 방출된 빛을 이용한다. 첩보 영화에서 특정 장소의 접근을 막기 위해 눈에 안 보이는 레이저 그리드를 주인공이 지나가는 장면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 경우도 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적외선 빛을 내는 레이저를 이용한 것이다. 지구에서 레이저를 쏘면 달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데 약 2.7초 걸리는데, 빛의 속도를 이용해 거리를 계산하면 달까지 거리는 38만4400㎞다(그림 2). 이런 측정으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달이 매년 3.8㎝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바다의 밀물과 썰물 때문이라는데, 학생들이 생각해 볼 재미있는 주제다. 매우 높은 빛의 세기를 활용
레이저는 기본적으로 빛의 증폭을 의미하므로 레이저가 사용되는 모든 경우가 빛의 세기를 크게 증폭시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레이저를 활용하는 다양한 분야 중에는 조금 더 특별한 방법으로 빛의 세기를 엄청나게 높게 증폭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 원리를 단순화해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그림 3).

첫 번째 방법은 빛이 쪼여지는 면적을 줄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직경 1㎝의 레이저 빔을 적당한 렌즈를 통과시켜 1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로 직경을 축소하면 면적당 빛의 세기는 108배나 커진다. 두 번째 방법은 레이저 빛을 시간에 대한 펄스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단순화해 예를 들면 펄스 진동수가 1㎐이고 펄스 폭이 10-9초로 만들면 펄스 형태가 아닌 경우에 비해 시간당 빛 에너지가 109배 높아진다. 이렇게 공간과 시간을 조절함으로써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빛의 에너지를 엄청나게 높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원리를 활용해 산업용으로 쓰이는 기술로는 금속을 정밀하게 절단하거나 금속 표면에 글을 새기는 기술이 있다. 펜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가 해당된다. 군사용으로도 이 원리를 활용한다. 얼마 전 미국 해군에서 레이저 무기로 드론을 폭파시키는 영상을 공개한 일이 있는데, 이때 사용한 레이저가 고출력 레이저의 대표적 사례다. 우리 생활에 가깝게는 라식 수술이나 피부과 치료용 레이저가 빛이 쪼여지는 영역을 줄여서 해당 영역만 피부를 자르거나 태우고 다른 영역은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 레이저는 생각보다 널리 그리고 가깝게 다가와 있다. 여러분도 관심을 갖고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레이저가 쓰이고 있는지 찾아보기 바란다. √ 기억해주세요 한 개의 빛 입자가 물질과 충돌해 두 개의 빛 입자가 생성되는 유도 방출(stimulated emission) 현상을 기반으로 레이저가 만들어졌다. 레이저에서 방출된 빛은 직진성이 뛰어나다. 빛이 쪼여지는 면적이나 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빛의 에너지를 증폭해 레이저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