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도 나라살림도 재원은 한정…예산 제1원칙은 효율배분

입력 2020-12-14 09:01

정치는 흔히 공동체 내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규칙을 정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한정된 가치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공동체의 흥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나라 살림을 이끌어가는 정부가 매년 예산안을 짜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이를 승인하는 것은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정부지출은 국민경제에 큰 영향 미쳐가계·기업·정부는 3대 경제주체이다. 각각 소비·생산·분배 활동을 이끈다. 국가를 살찌우게 하는데는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의 활동이 중요하지만 전쟁이나 경제침체 등 위기가 빈번해지면서 정부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거시경제학에서 국내총생산(GDP)을 나타낼 때도 정부의 역할이 따로 표현되는데 그 산식은 다음과 같다.

Y=C+I+G+(X-M)

여기서 Y는 국내총생산이고 C는 소비, I는 투자, G는 정부지출, X는 수출, M은 수입을 의미한다. 소비와 투자, 수·출입은 민간영역에서 담당하고 정부지출은 공적영역에서 이뤄지는 활동이다.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재정활동이 국민경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의미다. 정부의 지출은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업·가계와 달리 공동체의 존속과 운영을 위해 쓰인다. 도로와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건설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보건의료나 교육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모두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다.

정부의 예산 편성과 지출은 가계 소비나 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수입은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이 대부분이므로 예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이 늘어나야 한다. 세금을 거둘 때는 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가 원칙인 이유다.

우리의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지난해 기준 20.0%다. 정부가 전망한 내년 총수입은 482조6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때의 전망치 481조8000억원과 비교하면 0.2% 늘어난다. 정부는 내년 소득세 최고세율을 기존 42%에서 45%로 올리는 반면 증권거래세를 거래금액의 0.45%에서 0.43%로 낮췄다. 소득이 가장 높은(연 10억원 이상)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나는 ‘부자 증세’가 한층 강화되고 평범한 시민들의 세금 부담은 조금 낮춰주기로 하면서 계층별 세금 부담이 조정된 것이다.

통상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는 세입에 영향을 미치는 세금 관련 법안도 함께 개정된다. 내년도 총지출 558조원에 비하면 75조4000억원 적자로 그만큼 더 빚(국채)을 내서 메꿔야 한다. 코로나 방역과 그린 뉴딜 예산 늘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때는 어디에 얼마를 투입하는 게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될지 판단해서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 살리기’에 예산이 많이 투입되었고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는 ‘그린 뉴딜’을 강조하는 등 예산 편성에는 정부의 국정철학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보건·복지·고용부문이 199조9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5.8%라는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방역과 치료, 세계적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의 증가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보건복지에 대한 긴박한 필요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어 정부 일반 행정과 지방자치 행정(비중 15.2%)에 이어 교육(12.8%), 국방(9.5%) 순으로 예산 배정이 많은 것을 보면서 해마다 정부가 역점을 두는 사업이 무엇인지 들여다볼 수 있다.

부문별 예산으로는 그린 뉴딜에 얼마나 투입되는지 알기 어려운데 연구개발(R&D),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 등에 골고루 반영되어 있어서 따로 확인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전 부문에 조금씩 반영된 금액을 합치면 그린 뉴딜에 내년 8조원이 투입된다고 밝혔다. 이런저런 씀씀이가 늘면서 그동안 비중이 꽤 높은 편인 교육부문 예산은 71조2000억원으로 올해(72조6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1.9%) 감소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교육 예산이 줄어든 건 처음이다. 그만큼 나라살림 꾸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

국회가 법정 시한(12월 2일) 이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 것은 국회선진화법 시행 첫해인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정부는 각 부처의 예산 소요를 모아 정부회계연도가 시작하기 120일 전인 정기국회 첫날(9월 1일)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국회는 예산 심의를 거쳐 회계연도 시작 한 달 전까지 의결해야 하는데 여야 정치권이 사업별 삭감과 증액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느라 많은 경우 연말이나 이듬해 초에 통과되곤 한다.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어도 예산안이 확정되지 않으면 지난해 예산을 기준으로 ‘준예산’이 우선 집행된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NIE 포인트① 나라 살림인 예산을 정부가 편성하고 국회가 의결하도록 법제화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② 4차 산업혁명 등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예산을 늘려야 하는 부문과 이를 위해 감액해야 하는 부문은 각각 무엇일까.

③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정부 씀씀이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면 그 비용 충당을 위해 세금을 더 거두는 것과 국채를 더 발행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