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망' 김기덕, 세계적 감독 칭송에서 미투 논란까지 [종합]

입력 2020-12-11 22:57
수정 2020-12-12 00:32

김기덕 감독이 11일(현지시간) 라트비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

11일 타스 통신이 발트 지역 언론 델피(Delfi)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이틀 전 코로나로 입원했으며 이날 새벽 증상이 악화돼 숨졌다.

김기덕 감독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 작품상을 받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이름을 알렸다.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에서 주요 상을 받은 한국 감독은 그가 유일하다.

그가 연출한 '나쁜 남자(2001)'에서 비쳐진 여성의 성을 착취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 주인공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의 모습이 아니었다.

김기덕 감독은 '미투'(me too) 가해자로 지목되며 소송에 휘말리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정식으로 영화를 배운 적이 없는 그가 내놓은 데뷔작 '악어'(1996)는 극단적인 폭력과 성폭행, 엽기적 행각 등으로 여성 비하와 지나친 폭력성으로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파란 대문'(1998)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파노라마 부문 개막작으로 초청받고, '섬'(2000)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미국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상을 받으며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게 됐다.

영화 '나쁜 남자'는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며 해외서 들려온 낭보에 국내 관객도 70만을 동원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으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쥐었으며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했다.

이어 '빈집'으로 베네치아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으며 한 해에 세계 3대 영화제에서 2관왕을 차지하는 경사를 맞았다.

그의 18번째 작품인 '피에타'는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에 지목돼 국내 팬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하지만 그의 모든 명예는 2017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며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피해자들은 그가 베드신과 노출 장면에서 폭언과 성폭행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MBC PD수첩은 2018년 '거장의 민낯' 편을 통해 김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배우들의 증언을 방송했고 김 감독은 MBC가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방송을 내보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와 배우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PD수첩 방송을 금지해 달라는 김 감독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의 시신은 병원에 안치된 상태다.

김기덕 감독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를 거쳐 지난달 라트비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해 보면 김기덕 감독은 유르말라에 자택을 구입하고 라트비아 영주권을 신청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라트비아 현지 코로나19상황은 심각해 현재 누적 확진자가 22,104명, 사망자 수는 288명에 달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