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성동·종로구 등 비강남권 인기 지역의 전용면적 84㎡ 아파트값이 20억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 아파트 중심으로 18억~19억원대 거래가 잇따르면서 조만간 ‘20억 클럽’에 가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강남이 규제의 직격탄을 맞고, 강북 등 비강남권의 거주 환경이 개선되면서 가격 갭(차이)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강남 전용 84㎡ ‘20억 클럽’ 눈앞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 입주권이 최근 18억5030만원에 거래됐다. 그동안 마포에서 거래된 해당 평형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 주택형은 지난 9월 18억1000만원에 거래된 뒤 두 달 동안 4000만원가량 뛰었다. 시세가 15억원을 넘어 대출이 되지 않지만 수요가 몰리고 있다.
염리3구역을 재개발한 마포프레스티지자이는 내년 3월 입주 예정이다. 마포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붙어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과 6호선 광흥창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염리동 L공인 관계자는 “아직 입주 전 단지인 만큼 전세보증금 없이 18억5030만원을 전부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마포의 새로운 대표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달 15일 17억4000만원에 거래돼 두 달 동안 4000만원 올랐다.
한강 조망권을 갖춘 마포구 신수동 ‘래미안웰스트림’ 전용 84㎡는 지난달 21일 18억5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4월 직전 최고 가격인 16억5000만원과 비교해 2억원 상승했다.
도심 중심업무지구(CBD)인 광화문, 시청과 가까워 대표적인 직주근접 단지로 불리는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 자이’ 전용 84㎡는 10월 17억3000만원에 거래된 뒤 최근 호가가 18억원에 근접하고 있다. 홍파동 S공인 관계자는 “최근 전용 84㎡가 18억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들린다”며 “수요가 몰리는 바로 입주 가능한 매물은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동구 ‘옥수리버젠’ 전용 84㎡는 지난달 14일 19억4000만원에 거래되면서 동작구 ‘흑석 아크로리버하임’에 이어 비강남권에서 두 번째로 ‘20억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근 옥수동 ‘한남 하이츠’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게 호재다.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주택형의 호가는 이미 20억원을 넘어섰다. 옥수동 재테크공인 관계자는 “최근 준공 20년 차 아파트인 ‘금호대우’ 전용 84㎡ 시세가 1억원 오를 정도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입주를 원하는 실수요자의 매매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강남 아파트값과 격차 줄어부동산 전문가들은 비강남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강세인 원인으로 직주근접을 꼽았다. 광화문과 시청 종로 을지로 등에 쉽게 출퇴근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아직 자녀들의 학군을 따지지 않는 젊은 맞벌이 부부는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강북을 선호한다”며 “대출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강남권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도 낮다”고 말했다.
강남 주요 지역은 대출 규제 외 아예 거래까지 막고 있다. 지난 6월 토지거래허가제 지역으로 지정된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의 아파트 거래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1278가구)는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단 두 건만 거래됐다.
이러다 보니 강남과 강북의 가격 차이도 좁혀지고 있다. 강남권이지만 시세가 마포 등에 뒤지는 단지도 적지 않다. 서초구 방배동 임광 전용 84㎡는 9월 1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서초동 서초삼성래미안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도 17억6000만원으로 마포프레스티지자이보다 낮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아직 대치동 등 강남 핵심 지역 아파트값과 견주기는 힘들지만 비강남권 단지들이 가격 격차를 상당히 줄였다”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강북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