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로 사옥 유동화 나선 대기업·금융사들

입력 2020-12-10 17:27
수정 2020-12-11 02:54
주요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해 계열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사옥을 유동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부동산 자산에 막대한 자금을 묶어두는 대신 유동화를 통해 마련한 현금을 신사업 개발에 투자하는 게 회사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리츠를 활용해 서울 서린동에 있는 ‘SK서린빌딩’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빌딩은 하나대체투자가 운용하고 있는 부동산펀드가 소유하고 있으며 SK그룹은 이 빌딩에 대한 우선매수권(콜옵션)을 행사했다. 전체 인수금액은 1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SK는 조만간 국토교통부에 리츠 AMC 설립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리츠 AMC 설립을 계기로 SK는 그룹 소유 부동산의 유동화를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경기 성남 분당구에 새로 지은 ‘분당두산타워’의 사업비 약 7000억원을 리츠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국토부에 ‘분당두산타워리츠’ 영업인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6981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리츠를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두산은 향후 이 리츠를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금융지주들도 리츠를 통한 사옥 유동화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신한리츠운용은 최근 신한생명이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중구 장교동 ‘신한 엘타워’를 2798억원에 사들였다. 신한리츠운용은 이 빌딩을 신한케이제1호리츠를 통해 운용하고 있다.

BNK자산운용은 국토부에 리츠 AMC 설립 인가를 신청했다. BNK금융그룹이 서울과 부산 등에 보유하고 있는 오피스 빌딩을 자산으로 삼은 ‘BNK 리츠’(가칭)를 상장하겠다는 것이 BNK자산운용의 계획이다.

한 부동산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현금 수요가 크게 높아지면서 사옥을 자산으로 한 리츠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며 “올해에만 5개의 리츠가 상장하며 상장 리츠 시장이 크게 넓어진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