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땅이 얼어붙기 시작하는 겨울은 모든 식물이 메마르는 시기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생명을 다한 낙엽은 비록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실은 땅속에 스며들어 흙을 되살려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겨울은 새싹이 움트는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우리의 몸 또한 건강을 잘 지키려면 추위로 인해 몸이 움츠러드는 겨우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춥다고 집에만 있지 말고 운동을 하면서 자꾸 움직여야 한다. 더불어 운동뿐만 아니라 주기적인 건강검진으로 몸에 어떤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지만 마냥 미뤄놓기만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와목무실(臥木無實)이란 말처럼 나는 어려서부터 늘 준비의 뜻을 가슴 깊이 새겨왔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항상 현재보다는 미래, 앞날을 생각해왔기 때문에 잘 다니던 대기업을 나와 창업을 하게 됐다. 창업 후 기업인이 되고 나서 느낀 점은 우리가 여느 때보다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하는 자에게만 성공의 기회를 준다. 나 역시 수많은 어려움과 고난의 시기를 이겨내면서 최고 수준의 독자 기술을 갖추기 위해 지금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진에 전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앞만 보고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는 일에 소홀히 했던 것일까?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만했었나 보다. 지난해 한 차례 아파서 입원한 적이 있다. 병원 침대에 누워 떠오른 생각은 ‘금전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는 것이다’라는 옛말이었다. 세월은 야속하다. 되돌릴 수도, 떠나는 것을 잡을 수도 없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고 여유를 찾아 나를 조금 더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 시간이었다.
최근 대기업 총수의 타계 소식이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됐다. 경영권 승계 문제로 불거진 논란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기업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단명(短命)하는 기업이 생길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경쟁력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드는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누구나 무병장수를 소망하지만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다. 기업도 비슷하다. 어떤 준비를 해야 기업이 건강하고 오래 살아갈 수 있는지 나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이런 기업인이 늘어가고, 그 생각의 깊이가 깊어갈수록 대를 이어 오래가는 기업 역시 많아질 것이다. 깊어가는 겨울 밤, 우리나라 기업 모두가 장수(長壽)의 꿈을 이루기를 기원한다.